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 노조 리스크에 발목
"규제 없애라니깐 없는 규제 만들어…국민 삶의 질 후퇴"
[편집자] 지금 한국경제를 '서서히 데워지는 솥 안의 개구리'에 비교하는 지적이 많습니다. 두 자릿수 성장은 먼 얘기가 됐고, 3%대에서 2%대로 떨어지더니 이제 '2% 성장'도 지켜내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상승률도 0%대로 고착되는 양상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디플레이션 악몽'이 한국경제에도 공포로 엄습합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디플레이션 공포(D의 공포)'를 피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의 노력을 점검하고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업계가 카마겟돈(자동차(car)와 대혼란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친 말)에 직면해있다. 환경 규제 강화와 자동차 판매량 감소, 전자·IT 기업의 시장 진입과 융합, 공유경제 확산 등 급변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과 정부의 규제까지 산업을 짓누르고 있다. 한 국내 완성차 부사장은 "매년 파업을 하는데 어떻게 기업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며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 현대차 32년간 파업에 생산차질 20조원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후 해마다 크고 작은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어왔다. 2006년에는 총 33일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8월말 파업하지 않고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합의하자, 각 증권사는 현대차 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청색빛' 리포트를 쏟아냈다.
이번 현대차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과거 노조 행태로는 실효성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을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시켰다는 시각이 크다.
현대차 울산 공장[사진 현대차] |
한국지엠(GM), 르노삼성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도 노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친환경차 등 미래차 격전을 앞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업체는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주저앉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오래 전부터 현대차가 망하면 노조 때문이라는 말이 있어왔다"며 "파업해서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노조도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도 불확실한 현 상황에 대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매달릴 게 아니라, 성장이 돼야만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성장주도소득(성주소)이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 투자, 소비 등 민간 부문이 위축된 상황에 정부가 '소주성'에 얽매여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더 이상 고수해서는 안 되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해외 주요 자동차 시장 및 정책 동향(2019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해외 주요 7개 시장의 승용차 판매량은 311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대내외 악조건에서도 국내 완성차 업체는 올들어 9월까지 178만여대를 수출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2% 성장했다. 같은 기간 내수는 112만대로 1% 감소했다. 수출과 내수를 포함한 생산량은 0.5% 증가한 291만대로 집계됐다.
반면, 올들어 9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16만709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었다.
◆ 카마겟돈에 직면한 차산업 "없는 규제도 생겨"
미래 차산업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도 혁파돼야 성장 엑셀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학계는 현 정부가 규제를 덜어낼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학과 교수는 "규제 혁파보다 새로 생기는 규제와 '악법'이 등장하는 게 두세배 정도 많을 것"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최근 해외 투자 비중이 100%에 가까운 이유를 정부가 곱씹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없는 규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문의하면 국토부가 유권해석 뒤, 새 규제를 만들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허탈해 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축이 된 수입차 업계에서도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각종 인증이 지연돼 신차 출시에 애를 먹고 있다. 유럽차 브랜드 한 관계자는 "꼭 필요한 규제는 해야겠지만 인증 서류에 점 하나 달라도 반려시킨다"고 토로했다.
결국 강한 규제가 국민들의 삶을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자동차 안전 및 배출가스, 소음 등 규제가 심한데,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약 3700명으로 OECD 평균 2배 이상"이라며 "규제대로 했는데 국민 삶의 질은 후퇴한다"고 꼬집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