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인정보' 감독권, 방통위에서 개인정보보호위로 이관
정보통신망법, 1년 째 과방위서 낮잠... 통과 '불투명'
[편집자]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무장한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누르며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를 알린 지 3년 반이 지났습니다. 알파고 쇼크에 우리 기업과 대학은 앞다퉈 인공지능 투자를 선언했지요. 하지만 국내 법체계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 규제에 막혀 야심차게 닻을 올린 인공지능 연구가 속속 중단되고, 인재는 해외로 떠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뒤늦게 데이터 3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법안이 1년 째 국회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이 답답한 현실을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30회 이상 '빅시리즈'로 꼼꼼하게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던 대학생 A씨는 승인 직전 회원가입을 망설였다. 이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정보 활용 동의서'가 눈에 띄었기 때문. '매우 신중'으로 표시된 동의서에는 "상품개발 및 연구에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동의하면 '타 업체로부터 홍보메일이나 가입전화가 올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
국회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발생할 수 있는 미래상이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의 조화를 꾀한다.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활용 규제 문턱은 낮추는 대신 개인정보 주체에게는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6건 업체에 제공', '상담전화가 올 수 있음', '금리 0.3% 우대 자격' 등이다. 개인이 정보제공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도록 유도해 정보활용 동의제도를 내실화하고 정보주체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대신 '(개인)정보활용 동의서'에서 '동의'를 클릭한 개인정보는 '가명정보'가 되어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보험·금융·마케팅 회사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가명정보란 '잠금 처리'된 개인정보로, 열쇠를 꽂지 않는 이상 주체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정보이다. 데이터 3법이 시행되면 수많은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온라인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 '네티즌 개인정보' 관리·감독, 방송통신위→개인정보보호위로
데이터3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기대되는 또 하나의 변화는 정보보호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총괄하는 모법(母法)은 '정보통신망법'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데이터 3법'이 통과하면 정보통신망법은 이 개인정보와 관련된 권한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수집되는 모든 개인정보에 관한 규정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된다.
정보통신망법의 목적 조항인 제1조가 '정보통신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에서 '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으로 의미가 개편되는 것이다.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관리·감독 주체 역시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옮긴다.
다만 이 법안은 모든 개인정보에 대한 감독권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둔다는 전제 하에 발의됐다. 이 때문에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우선 통과가 필수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가명정보를 도입하고 개인정보 관리·감독 기능을 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로 한다. 또한 보호위는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위상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된다. 비상임직이었던 위원장직 또한 국회 동의를 요하는 정무직 장관급이 된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데이터 3법'은 엄격한 개인정보 활용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는 산업계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데이터가 핵심 자원인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개인정보의 활용 범위 또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되는 조치가 개인정보 가명처리다.
각 기관과 기업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외부에서 결합할 수 있는 근거 조항 또한 마련됐다. 단 내부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 시엔 반드시 가명 또는 익명조치 후 전문기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벌칙도 규정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산업과 상업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 '데이터 3법' 발의 벌써 1년... 과방위 '정보통신망법'은 한 발짝도 못 나가
'데이터 3법'은 각각의 역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단 한 건의 법안이라도 통과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위한 선제조건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정보통신망법이 국회 상임위에 묶여 있다면 개인정보보호위는 '온라인 개인정보'에 대한 감독권만 갖지 못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수집된 개인정보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반쪽짜리 위원회가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법안소위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나머지 2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소위에서 여야간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장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을 다뤄야 할 제2소위 소위원장이 자유한국당 몫인데 법안이 계속 소위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당에서는 계속 '최우선 법안'으로 두고 추진해왔지만 민주당 법안이라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10.18 leehs@newspim.com |
한국당에서는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과방위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실(비례)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은) 민주당 관심 법안인 거지, 우리 관심법안은 방송법과 KBS수신료 인상 건 등"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주당에서는 데이터 3법이라고 명명하지만 업계지원을 위한 법인데 실효성이 있냐는 부분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시민단체 눈치를 보느라 데이터 규제를 제한적으로 푸는데 풀려면 제대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도 "정보통신망법은 특별히 쟁점이 없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만 통과되면 자연히 통과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28일 진행된 과방위 간사협의에서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위한 법안소위 일정은 확정하지 못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및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각각 11월 중 소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