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현직 공직자들의 작심 폭로가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잇따라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 조사를 정치 공세로 몰아 반격하고 있지만 정파를 떠난 공직자들의 날선 증언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조사의 단초가 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직접 들은 정부 당국자가 처음으로 탄핵 조사 증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인물은 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로 파견된 우크라이나 전문가이자 유럽 담당 국장을 맡고있는 알렌산더 빈드먼 중령이었다.
빈드먼 중령은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한 것을 직접 들은 당국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NSC 관계자 등과 함께 기록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에 출석하는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 [. [사진=로이터 뉴스핌] |
빈드먼 중령은 이날 작심한 듯 문제의 통화가 미국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서면 및 구두 증언을 통해 문제의 통화를 듣고 "외국 정부에 미국 시민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초래될 영향을 걱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NSC 법률팀에 보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빈드먼 중령은 또 이에 앞선 회의에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 주재 미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려면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면서 "나는 선들랜드 대사에게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특히 주목한 것은 빈드먼 중령은 특정 정파에 속해 있지 않는 미국의 공직자로서 증언에 나선 대목이다. 그는 이날 증언에서도 자신은 3세 때 가족과 구소련을 도망쳐 나온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의 가치와 이상에 깊이 공감하는 애국자라면서 "정치나 당파에 상관없이 우리나라를 방어하고 진전시키는 것이 나의 신성한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공세로 치부해버리는 전략을 써왔다. 이를 위해 '마냥 사냥'이란 표현은 물론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 된 '린치(사적 처형)'란 말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그러나 정부 관리들이 공직자의 양심을 걸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우크라이나 압박'을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고 증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탄핵 조사를 막기 위해 의회 내 비공개 증언 장소로 진입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23.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 미국 정치 전문가도 이와관련, "트럼프가 탄핵을 정치 게임으로 몰고 가면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러나 공직 사회가 흔들리며 불리한 증언에 잇따라 나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 의회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지난 23일 공화당 의원들의 비공개 탄핵 증언 실력 저지도로라 쿠퍼 미 국무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의 증언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이나 피오나 힐 전 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근들이 정치적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백악관 내 공익 제보로 촉발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가 잇따른 공직자의 증언에 힘입어 파괴력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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