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람코, 원유 공급량 급증 예상해 서둘러 상장"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인 산유국들이 전통적 산유국들을 제치고 새로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정체 또는 감소해 국제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산유국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가이아나 등 4개국에서 산유량이 크게 늘면서 미국 셰일유 혁명에 버금가는 공급량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유 생산시설 [사진=블룸버그 통신] |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로 기록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상장도 원유 공급량 급증에 따른 유가 하락 전망 때문에 서둘러 추진된 것이라고 NYT는 관측했다.
브라질·캐나다·노르웨이·가이아나 4개국은 2020년에 일일 100만배럴(bpd) 가량의 원유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글로벌 원유 공급량은 8000만bpd 수준이다.
NYT는 이처럼 원유 공급량은 증가하는 반면 배기가스를 줄이려는 글로벌 노력의 영향으로 수요는 줄어 국제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아람코와 같은 수많은 석유기업들의 순익이 증가하고 탐사와 시추 활동이 위축된다. 또한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산유국들의 정치 지형도 크게 변할 수 있다.
원유 공급량이 증가하면 중국·인도·일본 등 수입국과 최종 소비자들은 혜택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지구온난화를 늦추려는 노력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전기차를 개발하고 구입할 인센티브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새로 부상하는 이들 산유국들은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베네수엘라나 리비아, 그리고 전운이 끊이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 전통적 산유국들과 달리 지정학적으로 안정된 국가들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서방국들은 중동 지역의 긴장으로 석유 공급이 불안해지면 이들 국가로 눈을 돌리기가 쉽다. 이렇게 되면 유가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감산에 동참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여타 산유국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다니엘 예르긴 IHS마르키트 부회장은 이들 4개국의 부상을 10년 전 미국 텍사스와 노스다코타의 셰일유 혁명에 비교했다. 그는 NYT에 "이들 국가는 지정학적 혼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지만, 세계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원유 공급량이 급증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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