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미 관계, 북한에 전혀 도움되지 않아
핵 실험 내려놓은 북한에 아무런 '보상'없어
[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중국 전문가가 올해 말까지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북한이 트럼프 재선에 유리한 현 북미 관계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질적 핵보유국'인 북한이 핵 실험을 중단하는 등 조처를 했음에도 북미 관계 개선이나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 어느 것 하나 돌아오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는 북한이 행동에 나서면서 미국을 '자극'하는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수단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바이두] |
쑨싱제(孫興傑) 중국 지린(吉林)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9일 FT 중문망(FT 中文網) 기고문을 통해 최근 북한이 미국에 올해 말로 기한이 명시된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올해 까지 북미 관계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북한은 내년부터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북한은 미국에 여러 사인을 보냈다. 특히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등 고위급 관료의 입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길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반복해 내고 있다. 한편으론 한국에 금강산에 있는 남측 관광시설을 철거하라고도 통보했다. 미국에는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한국에는 강경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쑨 교수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 배경에 '불평등한 북미 관계'가 있다고 봤다. 현재 관계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뿐만 아니라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핵 외교전략은 '비핵화를 통해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 발전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추가 핵실험 및 ICBM 발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꾸준히 폐지를 요구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잠시 미뤄진 정도에 그쳤다. 이는 북한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할 움직임을 조금도 보이지 않는 점이다. 북한은 이미 올해 초 '경제 발전에 역점을 두겠다'고 선언하고 국가 전략을 조정했음에도 현재까지 내보일만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남·북 철도 사업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대북 제재에 막혀 성사되지 못했다.
쑨 교수는 반대로 미국에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중지했고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 발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한 '비핵화' 기준에 들어 맞는다.
안정된 한반도 정세는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우정을 드러내는 것도 '현상 유지'를 위한 제스처라고 분석했다.
교수는 '북한은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다. 핵실험이 중지된 현 상황을 유지한다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이용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기고문은 현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북한이 내년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유리한 현 상황을 뒤집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봤다. 올해 말까지 북·미관계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지난해 북·미 정상이 주고받은 '추가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 약속을 깰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쑨 교수는 비핵화가 북미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북아 국제질서의 전환이자 냉전시대 청산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라는 전략 자산을 내려놓고 경제 성장이라는 궤도에 오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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