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잘못된 폭력"
대학가 홍콩 시위 찬·반 갈등 심화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서울대학교에 설치된 '레넌 벽'이 훼손되자 대학생들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은 20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를 방문해 레넌 벽 훼손 사건과 관련한 재물손괴 혐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레넌 벽'에 부착된 대자보 등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2019.11.20 hakjun@newspim.com [사진=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
학생모임은 "두꺼운 종이 재질이 찢어진 점을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배움의 공간에서 이를 훼손하는 것은 다른 의견을 힘으로 짓누르려는 행위이며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레넌 벽은 수많은 시민들이 모아주신 후원금과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여러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며 "모임 구성원에 대한 폭력과 위협, 허위 신고마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결국 형사고소라는 강경한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인근 레넌 벽에 붙여졌던 대자보 등이 찢어진 채 발견됐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포스트잇도 구겨져 있었다.
학생모임은 "홍보물 훼손을 시도하는 모든 분들이 이는 재물손괴죄라는 중죄에 해당함과 동시에 더는 없어야 할 잘못된 폭력임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인 유학생들 또한 타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명의 개인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은 훼손 시도들이 한국 대학가에서 혐중(嫌中) 정서로 이어지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모임은 레넌 벽을 훼손한 사람이 중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질 경우 반성문 작성을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학생모임은 오는 23일 오후 3시 서울시청광장 인근 금세기 빌딩 앞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한 대학생·청년 긴급행동'을 개최하기로 했다. 집회 이후에는 을지로입구역과 명동역, 주한 중국대사관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19일 낮 12시 30분쯤부터 오후 4시쯤까지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과 군자관 인근에 게재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총 네 차례 훼손됐다. 2019.11.19. sunjay@newspim.com |
현재 대학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 및 현수막 등 홍보물이 잇따라 훼손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 게재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칼로 찢겨진 채 발견됐다.
전남대 학생들은 지난 18일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훼손되자 광주 북부경찰서에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 연세대 학생모임인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도 교내에 게재된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이 무단 철거되자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