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손실시 '책임' 논란 우려..."노후생활과 직결"
수익률 기반 수수료 체계·자기자본 투자 유도 등
[편집자] 우리나라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 머물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 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에 가장 불만이 큽니다. 정부가 14년 만에 나섰습니다. 핵심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디폴트옵션 도입입니다. 아직 국회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도 뒤늦게 수수료를 낮추는 등 가입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수익률이 높다면 수수료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겁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노후보장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퇴직연금을 들여다봅니다.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퇴직연금 수익률이 1%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금융사가 가져가는 수수료율도 비슷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금융사들은 아무 책임을 안 지나요." (직장인 A씨)
퇴직연금 개편안을 논의하면서 노동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운용 책임' 문제다. 은행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낮은 성과에 대한 금융회사 책임추궁에 대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료=금융위원회] 2019.12.13 bom224@newspim.com |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발표한 퇴직연금 개편안에서 낮은 성과에 대핸 금융사의 책임강화를 위해 △서비스·성과(수익률)에 기반한 수수료 체계 개편 △자기자본 투자 유도 등을 제시했다.
◆ "수익률과 연계한 수수료 도입 필요"
금융당국 지적처럼 수익률에 따른 수수료율 차등 적용은 운용 책임성과 운용경쟁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손실이 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 등도 검토된다.
금융당국과 노동자를 의식해서 금융회사들은 수익률이 부진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하겠다고 경쟁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확정급여형(DB) 수수료율을 구간별로 0.01~0.04% 포인트(p) 낮췄다. 기업 적립금이 100억 이하인 경우 수수료율은 현재 연 0.4%에서 0.36%로 낮아진다.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셈이다.
삼성증권은 DB형 수수료율을 0.01~0.09%p 내렸고, KB증권도 0.04%p씩 낮췄다. KB증권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 중 연금을 수령하는 고객에게 운용관리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한국투자증권도 DB형에 한해 수수료율을 0.04%p 내렸다.
이외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금융투자사들도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신한금융그룹이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경우 계좌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해당 연도에 수수료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200조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은 주된 미래 먹거리 시장"이라며 "제도 변경과 함께 시장 선점을 위해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운용사 '자기자본 투자'…책임성 강화 효과
자산운용사의 자기자본 투자유도 역시 책임성 강화를 이끌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기업체의 퇴직연금을 위탁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투자 상품에 자기자본을 넣어 수익률을 높이도록 동기 부여하자는 주장이다.
기존에도 운용사는 책임운용을 강조하기 위해 자사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회사가 직접 자본금을 투자할 경우 투자자 신뢰성을 보다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퇴직연금 주요 상품으로 떠오른 TDF(Target Date Fund)에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초기 펀드 설정액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용 책임도 강화할 수 있다. 일부 운용사에서 상품 '홍보'와 책임성을 내세우며 적용하고 있다.
다만 과도한 책임 요구는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투자를 활성화는 초반 투자자 모집 확대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중소형사의 경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 투입이 부담으로 작용해 편차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책뿐만 아니라 향후 기금형 제도 도입시 퇴직연금 운용을 책임질 수탁법인의 책임성·전문성 검증을 위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2009년 개정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에서 지배구조 개혁의 기본 방향으로 대표성 외에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시했다"면서 "호주는 책임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 구성에서 전문성을 강조하는 자격 요건과 교육 요건 등을 대폭 강화했다"고 전했다.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