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투자자들에게 홍콩 주식 매입을 권고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반정부 과격 시위가 지속되면서 홍콩 증시가 과매도 영역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홍콩 경제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제시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홍콩 시위 참가자가 훙홈에 위치한 홍콩철도공사(MTR)의 역에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씨티그룹을 포함한 월가의 주요 IB들이 일제히 홍콩 주식의 공격적인 베팅을 권고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 항셍지수는 올들어 1% 가량 오르며 간신히 손실을 모면한 상황. 이는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24% 폭등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결과다.
지난 6월 이른바 송환법 반대에서 출발한 시위가 반정부 과격 시위로 크게 고조, 소매업과 관광업을 중심으로 경제 펀더멘털을 강타한 결과다.
월가는 홍콩 주식시장이 지나친 과매도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회적 동요와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경제 및 금융시장 충격이 가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주식시장의 적극적인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총 매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이 높은 기업의 저가 매력이 강하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가 성사될 경우 이들 종목이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씨티그룹은 투자 보고서에서 "홍콩 주식시장에 2016년 이후 최고의 매수 기회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중국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과격한 '팔자'가 쏟아졌던 패닉 상태 이후 보기 힘들었던 매수 기회라는 얘기다.
홍콩 경제가 재기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면 주식시장이 현 수준에서 40%에 달하는 폭등을 연출할 것이라고 씨티그룹은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은 과거 홍콩 증시의 급반등 패턴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로 인해 13개월에 걸쳐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이후 홍콩 항셍지수는 170%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2003년에도 이와 흡사한 움직임이 펼쳐졌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7개월 동안 홍역을 치렀던 홍콩 증시가 70% 급반등했던 것.
골드만 삭스도 고객들에게 홍콩 주식 매입을 강하게 권고했다. 골드만은 보고서를 통해 특히 시위대의 집중 타깃이 된 홍콩철도유한공사 MTR이 매력적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진전되면서 MTR의 운영과 수익성이 급반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다. 이 밖에 소매업과 관광업 등 사회적 혼란에 직격탄을 맞은 업계 역시 강한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은 홍콩 주식시장이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내년까지 실물경기 한파가 이어지더라도 주가 반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항셍지수는 예상 실적 기준 밸류에이션은 10배에 불과하다. 이는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률(PER) 21배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다.
VC 애셋 매니지먼트 역시 현 수준에서 홍콩 증시의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얘기다.
한편 IMF는 홍콩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1.2% 성장을 기록한 뒤 내년 1.0%의 완만한 반등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