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의장, 17일 차기 총리에 지명…"더 좋은 분 종로 대표해달라"
'이낙연 트레이드설'에 '임종석 복귀설'까지 후임자에 관심 집중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7일 차기 국무총리에 내정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서울 종로구에 누가 출마할지 관심이 쏠린다.
총선에서 종로가 띈 상징성은 크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총선 때마다 여야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15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16·17·18대 내리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텃밭이었던 이곳을 정 전 의장이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으로 되찾아 왔다. 정 전 의장은 20대 총선에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고 지역구를 수성했다.
당초 '종로 3선'에 도전할 예정이었던 정 전 의장은 이날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 "더 좋은 분이 출마해 종로를 대표해달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왼쪽)과 이낙연 국무총리. 2019.12.17 chojw@newspim.com |
1순위로 점쳐지는 후임자는 이낙연 총리다.
여권에선 그간 이 총리의 '총선 역할'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이 총리는 여당이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일드카드'다. 인지도와 대중 호감도가 높다는 강점을 고려했을 때 전국 유세 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비례대표 출마론에 무게가 실리면서도, 강한 야권 후보가 있는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때마침 정 전 의장이 총리직에 오르면 이 총리가 지역구를 바통 터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리가 종로에 출마할 경우 야권에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설이 급부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여야 최대 잠룡이 종로에서 대선 전초전을 벌이는 빅매치가 그려질 전망이다.
다만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 전 의장이 총리에 임명되려면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야는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 한국당이 정 전 의장 지명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총리 인준 동의를 위한 본회의 표결까지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리 후임자가 결정돼도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까지 단행되는데 수개월씩 걸리기도 한다"며 "새 총리 인준이 늦어지면 이낙연 총리는 비례대표로 출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가 차기 총선에서 종로구 등 지역구에 출마하려면 늦어도 내년 1월 16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여권은 그 전까지 총리 인준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틀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데드라인'을 넘기면 이 총리는 비례대표로 출마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출마의 경우 선거일 전 30일(2020년 3월 16일)까지만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는 비례대표와 지역구 출마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며 "황 대표와 종로에서 빅매치를 겨룰 가능성이 있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역구인 광진을을 물려 받을 수도 있다. 이 총리 거취는 현 시점에서 가닥을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양=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5월 22일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마련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모친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2019.05.22 dlsgur9757@newspim.com |
일각에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복귀론도 조심스레 나온다. 임 전 실장이 정계은퇴 선언을 하긴 했으나 당초 종로 출마를 검토했던 그가 당의 요청 시 다시 등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너무 성급하게 은퇴 선언을 했다"며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여권 인사들은 "임종석 실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쉽게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쉽게 말을 바꿀 사람이 아니다. 다시 종로 출마를 거론하기가 쉽지 않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총리 후임에 정 의원을 지명했다.
정 내정자는 종로구민들에게 문자를 보내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국무총리직 수락에 대해 여러 고민이 있었으나 나라에 보탬이 되는 게 과연 어떤 길인가를 생각한 끝에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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