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 계약이 바람직…준비태세·역외미군 비용 분담은 수용 불가"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는 19일 미국 측이 내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억달러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 협상 유효기간이 '다년'이 되어야 한다는 데서는 전날 미국 측 발표와 궤를 같이 했으나 '기존 SMA 협상의 틀'을 재차 강조하며 항목 추가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미국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얘기하는 금액에 대해 저희가 현 단계에서 대외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50억달러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구체적으로 미국이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제5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된 지난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민중당 당원들이 집회를 열고 분담금 인상을 강요하는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2019.12.17 dlsgur9757@newspim.com |
미국 측 방위비 협상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도 전날 11차 SMA 5차 회의를 마친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숫자는 우리의 최초 제안과 다르고 한국 측으로부터 들은 것과도 다를 것"이라며 50억 달러 요구설을 부정한 바 있다.
정 대사는 유효 기간에 대해서도 "지난해와 같은 단년도 협상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년간의 협상 기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어떻게 될지는 협상 경과 과정에서 최종 결론이 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우리는 단지 1년 동안만 연장하는 데 관심이 없고 더 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드하트 보좌관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한미는 과거 일반적으로 5년 기한의 SMA를 체결했으며 10차때와 같은 단년계약은 불확실성이 크고 협상에 많은 노력이 필요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뜻을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사는 "기존 28년간 유지돼 온 SMA의 틀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은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SMA 항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미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알렸다.
우리 측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와 군수지원비, 군사시설 건설비 등 현행 SMA 항목을 넘는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주한미군 인건비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도 요구하고 있다.
정 대사는 "기본적으로 3개 항목을 중심으로 SMA 틀이 만들어져 있고 추가하는 것에 대해선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며 "준비태세나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또는 경비 분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동맹 기여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자 한다"며 "현재 한국이 하고 있는 동맹 기여에 대한 설명, 거기 대한 정당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10차 SMA의 유효기간은 올해 말 까지로 한미는 내년부터 당분간 협정 공백 상태를 맞는다.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선 미국이 모두 부담한 후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정부가 이를 소급 지급할 예정이다.
한미는 내년 1월 미국에서 6차 회의를 열어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으나 SMA 항목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SMA 항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별개로 해결할 수 없다.
정 대사는 "항목과 전체적인 총액 논의에 있어 항목 하나하나의 타당성, 적격성 문제를 다 따진다"며 "수용 가능한 범위의 기준점은 기존 SMA의 틀"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3월 말까지 결론을 짓지 못할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한미군은 이때까지 협정이 발표되지 않으면 4월부터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어 이들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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