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캣츠'는 1983년 초연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동명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원작 제작자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영화의 기획 및 작곡에 직접 참여했고, '레미제라블'(2012)로 제70회 골든글로브시상식 뮤지컬부문 작품상을 받은 톰 후퍼 감독이 연출에 나섰다. 이만하면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작품. 하지만 안타깝게도(혹은 놀랍게도) '캣츠'는 이 기대를 모두 저버린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캣츠' 스틸 [사진=유니버설픽쳐스] 2019.12.24 jjy333jjy@newspim.com |
스크린에 옮겨진 '캣츠'는 원작과 같은 듯 다른 길을 걷는다. 가장 큰 차이는 댄서에 머물렀던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 캐릭터의 확장이다. 톰 후퍼 감독은 빅토리아에 힘을 줘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냈다. 주인에게 버려진 빅토리아가 다양한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제 자리, 정체성을 찾아가는 게 큰 골자다. 이를 통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공동체의 힘이다.
서사도 메시지도 전형적이다. 하지만 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전형적인 이야기조차 탄탄하게 쌓지 못했다는 데 있다. '레미제라블'부터 '보헤미안 랩소디'(2018) '알라딘'(2019)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사랑받은 음악 영화들을 돌아보면, 역시나 빤한 전개로 통속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들 영화는 틈 없이 옹골찼다. 반면 '캣츠'는 모든 캐릭터, 매 장면을 겉핥아 듬성듬성 비어있는 느낌이다. 가장 큰 차이라고 짚은 빅토리아의 변화도 사실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마저 가려버리는 악수(惡手)에 불과하다.
북미에서 가장 혹평받았던 실사판 고양이 또한 단점이다. VFX(Visual Effects, 시각특수효과)와 모션 캡처 기술의 진보가 섬뜩한 순간이 자주 온다. 감정을 이입해야 할 캐릭터들에게 거부감이 드니 몰입이 쉽지 않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캣츠' 스틸 [사진=유니버설픽쳐스] 2019.12.24 jjy333jjy@newspim.com |
장점을 꼽자면 듣는 재미다. '캣츠'를 대표하는 넘버 '메모리(Memory)'가 울려 퍼질 때의 황홀함은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새로운 넘버도 추가됐다. 빅토리아의 시그니처 넘버인 '뷰티풀 고스츠(Beautiful Ghosts)'다. 무대도 놀이터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게 구현했다. 물론 시시각각 배경이 전환되는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여전히 단조롭다고 느낄 거다.
배우들은 호연했다.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2006)로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제니퍼 허드슨은 그리자벨라로 분해 또 한 번 제 실력을 보여준다. 빅토리아 역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는 세계적인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다운 아름다운 몸짓을 선보인다. 음색도 기대 이상(극중 삽입되는 '뷰티풀 고스츠'는 프란체스카 헤이워드가, 엔딩 크레딧 버전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불렀다)이다. 이 외에도 테일러 스위프트(봄발루리나 역), 이드리스 엘바(맥캐버티 역) 등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빈틈을 부지런히 채운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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