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군, 지난달 北 ICBM 가상 대응 영상 공개
軍 "신무기 홍보 차원"이라지만…새해 ICBM 발사 가능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인 1월 8일 즈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은 연이어 북한의 ICBM을 가상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지난 3일 이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에 '연말 전까지 만족할 만한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즈음 군사적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긴장감이 증폭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으로 평가되는 북한의 '화성-14형'.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노동신문] |
그러나 북한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물론, 1일 현재까지 어떤 무력 도발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인 내년 1월 8일이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쯤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의 이같은 분석이 나오면서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일 즈음인 1월 초 무력 도발, 특히 ICBM을 발사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한 풀 꺾였던 긴장감이 다시 감돌고 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12월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주일 미 공군기지 SNS 계정에는 미국 공군이 북한의 ICBM 발사 상황을 가상해 대응하는 장면을 담은 1분가량의 홍보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속 ICBM은 북한이 지난 2017년 7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4형'으로 추정된다. 2020.1.1 suyoung0710@newspim.com |
◆ 美 전문가들 "北, 내년에 더 많은 시험발사할 것…관건은 ICBM 발사 여부"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말 북한의 ICBM을 가상 타격하는 영상을 잇따라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주일 미 공군기지 SNS 계정에는 미국 공군이 북한의 ICBM 발사 상황을 가상해 대응하는 장면을 담은 1분가량의 홍보 영상이 게시됐다. 영상 속 ICBM은 북한이 지난 2017년 7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4형'으로 추정된다.
이 영상은 북한 평양 북쪽 지역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먼저 미사일을 포착한 이지스 구축함이 등장하고, MQ-1 프레데터 무인공격기가 비행하면 북한 지역에서는 'ㅈ3631171'이라는 숫자가 동체에 표기된 미사일이 발사된다. 'ㅈ'은 북한 전략군이 운용하는 미사일을 뜻하는 표식이다.
이 미사일은 비행하면서 3단으로 분리된다. 이어 일본 열도를 지나 태평양으로 비행하는데 미군은 북한 미사일에서 탄두가 분리되자 지상 요격미사일로 대응한다.
미국 공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미사일을 직접 타격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반면 우리 군 당국이 제작한 영상에는 타격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공군은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공군이다'라는 제목으로 4분 38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F-35A와 글로벌호크, 공중급유기 등 우리 군이 최근 도입한 여러 신무기가 대거 등장하는 이 영상에는 F-35A가 북한의 ICBM인 '화성-14형'을 가상 타격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군이 글로벌 호크 등 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를 포착한 뒤 F-35A가 은밀히 북한에 침투해 화성-14형을 정밀 타격한다는 내용이다. (사진=공군 공식 유튜브 캡처) 2019.12.12 suyoung0710@newspim.com |
공군은 지난달 9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 공군이다'라는 제목으로 4분 38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F-35A와 글로벌호크, 공중급유기 등 우리 군이 최근 도입한 여러 신무기가 대거 등장하는 이 영상에는 우리 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북한의 ICBM인 '화성-14형'을 가상 타격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군이 글로벌 호크 등 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를 포착한 뒤 F-35A가 은밀히 북한에 침투해 화성-14형을 정밀 타격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상은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북한은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지난달 25일 발표한 논평에서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스텔스전투기 F-35A를 한사코 끌어들이는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지난 9일 남조선 공군 것들이 제작한 동영상이 똑똑히 말해주고 있다"며 "F-35A는 상대측 지역 상공에 은밀히 침투해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하는 것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첨단살인장비"라고 비난했다.
군은 이에 대해 '신규 도입 전력 홍보 차원일 뿐'이라며 북한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공군 관계자는 지난달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공군의 홍보영상은 공군의 다양한 임무들을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으로, 이전에도 보통 신규 도입 전력들을 포함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5월 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방사포 등 발사체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사진=노동신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그러나 한‧미 군 당국이 연이어 북한의 ICBM을 가상 타격하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한 것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이 연초에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 및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주는 차원으로 볼 여지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해 12월 27일 CSIS의 북한전문사이트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직 미정일 수 있다"며 "만약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보다 생존 가능한 핵 억제력(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고체연료 추진체)을 나타내는 능력 향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스콧 시먼 아시아 담당 디렉터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여러 차례 실시했지만 이는 미국으로부터 큰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다"며 "때문에 내년에 더 많은 시험 발사가 있을 것이다. 관건은 ICBM 발사 여부"라고 강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