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제거 작전을 내리기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의 관리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주 하루도 빠짐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재촉에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지난 6월 미국의 무인기(드론)가 이란에 의해 격추당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 막판에 철회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언짢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키르쿠크 군 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이 떨어져 미국 민간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란의 공격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등 그가 평소에 설파해온 강경책을 밀어 부칠 기회를 열어 준 것이다. WP는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두고 폼페이오 장관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상원의원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 공습의 리스크는 상당했다. 만약 2012년 벵가지 테러의 악몽이 재현될 경우, 그가 정치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벵가지 테러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거침없이 비난한 전력도 있다. 벵가지 테러는 2012년 이슬람 무장세력이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을 공격한 사건으로, 이로 인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졌다.
그러나 관리들은 이 같은 리스크가 10년간 이어진 폼페이오 장관의 이란에 대한 집착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원의원,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무장관을 수행해온 지난 10여년 동안 이란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고위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수개월 전 솔레마니 제거 작전에 대해 처음으로 논의를 했을 때 대통령은 물론 국방부 관계자들도 작전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에 집중하길 원했던 국방부 관료들은 그간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이란과 갈등을 고조시켜 중동 지역에 더 많은 군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고 주장해왔다. 또 선거 공약으로 중동에서의 철수를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작전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키르쿠크 군 기지를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일어났으며, 이틀 뒤 폼페이오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 솔레이마니 사살 등을 비롯한 대응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공습 결정을 내리기까지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의 협력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미국 육군사관학교 동기이기도 하다. 한 관리는 "위험 회피 성향을 지녔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때라면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의 임박하고, 직접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작전을 감행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 내부에서도 그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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