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신탁계약 위반… 원종준 대표가 정상화 약속 깨
"불완전판매 아냐…운용사에 불법행위 법적책임 묻겠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신한은행이 라임자산운용에 속아 펀드 판매중단에 휩쓸리게 됐다. 라임운용이 은행도 모르게 정상펀드 자금을 빼내 부실펀드에 재투자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를 신탁계약 위반으로 보고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명백한 운용사의 불법행위로 은행의 불완전판매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라임자산운용 '크레디트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가 다른 펀드에 일부 재투자된 것을 파악했다. 이에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수차례 회의를 갖고 정상화를 약속받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라임펀드 수익률이 이상한 낌새를 보여 파악해보니 다른 펀드에 투자돼 있었다"며 "쌀인 줄 알았는데 그 안을 파서 모래로 채워 넣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이 펀드의 환매 중단을 예고하는 공문을 받았다. 오는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으로 3000억원 규모가 팔렸다. 이 중 2700억원이 신한은행에서 판매됐다.
당초 라임자산운용은 이 상품에 대해 무역업체 대출채권에 투자하고 보험으로 안정성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앞서 환매가 중단된 라임 부실 펀드와 달리 위험등급 3등급인 상품이다.
그러나 실제 운용은 달랐다. 시리즈마다 7~30%를 자사의 '플루토FD D-1'에 재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루토FI D-1펀드가 환매 중단되면서 크레디트인슈어런스펀드까지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정상 자산에 대해선 만기 지급이 가능하지만 일부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품을 속인 운용사의 문제로 가능한 법적수단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금감원이 파생결합펀드(DLF)나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해 11월 종합검사를 실시해서 문제가 될 만한 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드러났던 DLF 사태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신탁계약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탁계약서에는 '주된 투자대상 자산을 변경할 때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가진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펀드 판매에 있어 운용사도 세심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론칭할 때 운용사 업력이나 포트폴리오를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볼 것"이라며 "사모펀드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기회에 공모펀드를 활성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