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유럽, 중국까지 연초부터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시장 과열을 넘어 폰지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장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이 매월 총 1000억달러 규모로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있고, 고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은 고위험 자산을 놓고 수건 돌리기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의 탐욕이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을 중심으로 디폴트가 올해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투자 심리 변화로 급락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의 정크 등급 회사채 발행이 이번주 들어서만 70억유로에 달했다. 연초 이후 발행액은 약 100억유로.
상황은 미국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디폴트 위기의 중국 건설업체 최근 20억달러 물량으로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채권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로 꼽힌다.
지난해 아이셰어 아이복스 USD 투자등급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가 17%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고, 아이셰어 아이복스 하이일드 회사채 ETF도 14%의 수익률을 냈다.
미국 하이일드 본드의 평균 수익률은 5.1%로, 투자등급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2.8%와 거리를 크게 좁혔다. 고수익률을 찾는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홍수를 이룬 결과다.
월가의 구루들은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정상적이 상황이라면 자금 조달을 생각하기 힘든 한계 기업으로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고, 이에 따른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 대표는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좀비 기업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말 그대로 쓰레기(정크)를 사들이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 미국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000억달러 규모였던 투자등급 회사채 물량이 최근 3조3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외형이 확대된 사이 시장의 질적 저하가 두드러졌다. 전체 투자등급 회사채 가운데 BBB 등급의 비중이 2007년 35%에서 50%로 수직 상승했고, BBB-의 비중도 같은 기간 8%에서 15%로 뛰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BBB- 등급의 회사채 가운데 최대 20%가 올해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구겐하임은 투자 보고서에서 "거대한 유동성에 기댄 신용시장의 팽창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베팅을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추가 상승 기대가 유일한 매수 근거인 폰지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건 돌리기가 영속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신용등급 강등과 디폴트 상승에 투자자들이 눈을 뜨면서 패닉 매도가 쏟아질 것이라는 경고다.
1990년대 후반 신용시장의 과열이 2001~2002년 패닉을 일으켰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시장 전문가들의 경기 침체 전망은 한풀 꺾였다. 하지만 디폴트 상승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2001~2002년 침체의 전조였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라는 지적이다.
BNP 파리바의 올리비에 모노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회사채 시장의 탐욕이 정점에 도달했다"며 "과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