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020년 첫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운 부분은 금리보다 이른바 QE(양적완화) 라이트였다.
지난해 9월 단기 자금 조달 비용인 레포 금리가 10%까지 치솟자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장 발작을 진화하기 위해 단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 매입에 나섰고, 이는 정책자들의 의도와 상관 없이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에 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이 월가의 진단이다.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제롬 파원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상당 기간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보다 대차대조표 운영에 대한 정책자들의 발언에 시선을 집중했다.
예상대로 연준은 28~29일(현지시각) 이틀간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동결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을 안도시킨 것은 국채 매입을 당분간 지속한다는 연준의 결정이었다. 월가에서는 사실상 QE4로 통하는 레포 시장 개입이 당장 종료될 경우 주가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단 진화된 셈이다.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월가가 촉각을 세우는 레포 시장 개입에 대해 입을 열었다.
29일 로이터와 마켓워치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앞으로 대차대조표 관련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며 "레포 시장의 개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충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선제적 가이던스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국채 매입의 종료에 대한 힌트를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국채 매입이 '충분한' 규모에 이를 경우 이를 점진적인 속도로 줄일 것"이라며 "2분기쯤이면 대차대조표 규모가 충분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일단 이날 결정에 흡족하다는 표정이다. 연준이 과격한 정책 행보로 상승장을 꺾어 놓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미 투자 매체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이날 FOMC의 결론은 적어도 4월까지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주식시장을 안도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MUFG의 크리스 러프키 이코노미스트 역시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당분간 대차대조표를 계속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이는 뉴욕증시의 잔치를 지속시키는 음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연준이 시행 중인 월 6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 자산 가치를 띄울 것이라는 기대다.
뉴욕증시는 흔들렸다. 장중 150포인트 가량 뛰었던 다우존스 지수가 낙폭을 한 때 50포인트 아래로 축소했고, S&P500 지수는 일시적으로 하락 반전한 뒤 상승세를 회복했다.
국채 수익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장 후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7bp(1bp=0.01%) 포인트 가량 하락하며 한 때 1.57%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장중 4bp 내린 1.4167%에 거래됐고, 30년물 역시 5bp 가량 떨어진 2.0479%를 나타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중국에서 주요국으로 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가 당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