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정책자들이 이른바 '일드 캡' 시행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준금리가 바닥권에 떨어진 가운데 경기 한파에 대한 대응책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경기 부양을 위해 도입했던 통화정책 카드를 다시 꺼내들 움직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이 레포 시장 패닉을 진화하기 위해 월 600억달러 규모로 시행 중인 이른바 양적완화(QE) 라이트의 종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과 맞물려 이번 회의에서 일드 캡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다음 경기 침체에 대한 비상 대책으로 일드 캡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42~195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자금 조달과 함께 경기 회복을 위해 정책자들이 동원했던 해법이다.
당시 연준은 단기물 국채 수익률에 상한선을 뒀고, 이어 장기물에 대해서도 소위 '캡'을 시행해 금리 상승을 차단했다.
금리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시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실물 경기 한파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정책자들이 지난해 세 차례의 금리인하로 이른바 중기 조정을 마무리, 기준금리를 1.50~1.75%로 낮춘 데 따라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차선책을 고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 금리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인 가운데 정책자들이 취할 수 있는 해법은 앞서 시행했던 선제적 가이던스와 채권 매입으로 좁혀지고, 여기에 일드 캡이 또 하나의 대책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이달 초 연설에서 "수확 체감의 법칙은 강력한 경제 원리"라며 "이를 QE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단기물 일드커브의 통제가 검토할 만한 가치를 지닌 통화정책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WSJ의 보도는 이른바 QE 라이트의 종료 여부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월가는 오는 28~29일로 예정된 올해 첫 연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한편 레포 금리 급등을 차단하기 위한 채권 매입의 중단 여부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단기 자금시장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레포 시장의 금리가 10%까지 치솟자 연준은 월 600억달러 규모로 시장에 개입, 금리를 통제하고 있다.
정책자들은 이를 QE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은 QE 라이트로 지칭하는 한편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가 연준의 유동성 공급과 무관하지 않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릭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대차대조표 확대를 중단할 때 시장 반응이 가장 커다란 리스크"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패닉 매도와 급락으로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월가 일드 캡 시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를 실제로 시행할 경우 연준은 금리를 목표치에서 페그하기 위해 무한정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금리 여건을 시장의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 기업의 투자와 민간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리스크 요인 역시 없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상승 흐름을 탈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이 일드 캡을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질 수 있고, 이 경우 월가가 채권 매입에서 발을 빼면서 연준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
PGIM 픽스드 인컴의 나단 시트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일드 캡은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성공 여부는 출구전략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