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우리와 타깃 고객층 및 운용방식 달라...지켜봐야"
카카오, 알리페이 시스템 지향·개인대상 소액투자 집중할 듯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3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가 증권업에 본격 진출한다. 금융당국의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의결하면서 사실상 '증권업 라이선스(자격)'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다만 증권사들은 업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로투자증권의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주요 고객층과 운용방식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금융위원회는 5일 정례회의를 개최해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변경승인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카카오페이] |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4월 본격 인수를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승인 신청을 했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심사가 중단된 바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사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김범수 의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지난해 12월 심사가 재개됐고, 이날 금융위 의결로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에 심사를 신청한 지 9개월여 만에 최종 마무리됐다.
앞으로 카카오페이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신고와 300억원 수준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대금 납입을 하면 인수 작업은 끝이 나게 된다.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증권사를 인수한 국내 첫 사례다. 특히 지난해 8월 누적 기준 3000만명의 가입자라는 최대 경쟁력을 보유한 카카오페이가 증권업계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정작 증권업계 반응은 '시큰둥'한 상황이다. 기존 증권사들과는 타깃 고객층이 다르고, 수익원인 투자금융(IB) 등의 기반도 아직 부족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바로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599억원, 영업이익은 78억원 규모의 중소형 증권사다. 지점은 별도로 없으며 개인고객(리테일) 영업보다는 기업금융, 법인영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개인영업에서 IB 등으로 수익모델을 바꿔가고 있고, 개인영업도 자산가들의 자본관리, 해외투자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카카오페이가 인수하는 바로투자증권은 규모도 작은데다가 IB 등의 기본체력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 경쟁자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듯싶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가 기존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증권사 개인고객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있겠지만, 그 고객들이 얼마만큼 유효한 고객이 될지 그리고 그 고객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지도 미지수"라며 "아마 증권업 라이선스를 통해 핀테크 등 다른 수익모델을 만들 것으로 예견된다"고 전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을 할 때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가 운용하고 있는 '위어바오' 투자방식 구축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어바오는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모바일 쇼핑몰에서 사용하고 남은 충전 잔액을 모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이용자 수 3억명, 운용자산이 300조원 규모에 달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 및 토스 주요 고객이 20~30대이고 송금 및 결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에이콘즈(Acorns, 카드 결제 시 잔돈을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두 회 사의 영업 분야는 국내주식보다는 해외주식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비대면 국내 주식 거래는 무료 수수료로 고객을 확보한 후 신용을 통해 수익화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개인신용은 자본의 100% 이상 일으킬 수 없어 적은 자본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