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교수 인터뷰
"北, 방역은 '혁명 수뇌부 결사옹위'에 초점"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북한 내에도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로지 평양에만 전염병 대응이 집중 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탈북민 의사이자 전염병 전문가인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교수는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전염병 대응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란 체제 논리에 따라 평양에 집중한다는 것"이라며 "이때문에 주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조선중앙tv는 지난 1월 28일 '생명을 위협하는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보도를 통해 '우한 폐렴' 방역의 경각심을 고취시켰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2020.01.29 noh@newspim.com |
북한 청진의대 임상의학부를 졸업한 뒤 청진 철도국 위생방역소에서 전염병 대응을 전담했던 이력이 있는 최 교수는 지난 2012년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 와서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북한 전염병 관련 논문(감염병으로 본 북한 보건의료체제 실태 연구)을 발표하는 등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염병 방역 체계는 잘 갖춰져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고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과거 전염병 사례들을 보면 중앙부터 하부 말단까지 김정은의 방침이나 보건성 지시문 등 각종 방침이 하달되는데,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격리부터 시작해 모든 게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염병 방역 체계가 작동이 잘 안 되는 이유와 관련해 "전염병 투쟁에 대한 국가 차원의 목적이 다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국이나 미국 등 전 세계 정상국가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중심에 놓고 전염병 대응을 한다"며 "그러나 북한에서는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가 최우선 목적이라 전염병이 발생하면 평양만 완전히 격패(격리)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양만 건재하면 된다는 가치관과 개념 때문에 주민들에 대해서는 자연 방치하고 가둬 놓는다는 개념으로 전염병을 대응한다"며 "그러다보니 주민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 "北, 의료·보건 인프라 및 장비도 부족…코로나 진단 시약·장비는 아예 없어"
"北, 전염병-체제·위상 직결시켜…국제사회에 정보 공유하고 도움 요청해야"
최 교수는 북한의 전염병 방역 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 다른 이유도 지적했다. 바로 의료·보건 인프라 및 장비의 부족이다.
최 교수는 "병원이나 보건기관들의 전기와 상수도는 물론 진단할 수 있는 의료 장비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이미 있는 장비도 가동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는 과학적으로 진단할 장비나 시약 자체가 없다"며 "과학적 진단을 못 내리니까 북한식 표현으로 하면 개미작전, 다시 말해 궁여지책을 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평균적으로 의사 인력이 OECD 국가들의 평균에 거의 맞먹는다"며 "그래서 이런 많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열이 있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외부와 격리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을 때도, 이럴 때 위에서는 자꾸 '대처하라', '대응하라', '막아라' 했는데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며 "진단 시약도 없고, 설사 진단을 내리고 확진을 해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송인범 북한 보건성 국장은 2일 조선중앙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말고 모두 공민적 자각을 안고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 같이 떨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송 국장의 인터뷰는 북한이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자국 내 발병 여부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2.02 noh@newspim.com |
북한이 전염병 대응에 대해 한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와 협력하지 않는 것에 관해선 "북한은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것을 국내외에 발표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며 "전염병 발생 문제를 체제와 위상 등 이미지 문제에 직결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내 확진자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당연히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서는 봄과 여름, 가을, 겨울 해마다 계절적, 지역적으로 전염병이 계속 유행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치료하다 잘 안 돼 사망하는 사람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북한이 국경을 봉쇄했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북-중 국경 지역이 모두 강으로 돼 있는데 지금 다 얼어 있다. 공개적인 세관은 막을 수 있겠지만, 밀수꾼들을 통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마도 들어갔을 수 있다. 과거 전염병 사례가 그랬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국제사회, 특히 가장 가까운 남한에 도움을 청하고 환자 검체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서 실질적인 의학·과학·기술적인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며 "아울러 북한이 보유한 식량을 주민들에게 풀어 격리가 실제적으로 될 수 있는 효과적 대응을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