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밸류운용, 세방·세방전지에 '배당성향 제고·자사주 소각' 요구
세방 "현금흐름·올해 투자계획 고려해 이번주 중 배당안 결정"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항만하역·화물운송 기업 세방에 2년 연속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세방은 현금흐름과 신규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해 이번주 안으로 배당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한투밸류운용)은 세방에 △배당성향(총 배당금/순이익) 제고 및 중장기적인 배당 정책 수립 △자사주 매입 혹은 소각 등 자사주 활용 방안 모색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전달했다.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세방 최근 1년 주가추이 2020.02.10 rock@newspim.com [자료=네이버금융] |
보유 자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큰 자산주 세방에 주주가치 증대 위한 배당 정책을 내놓으라는 요구다.
한투밸류운용은 올해 애뉴얼리포트(연차보고서)에서 "세방은 자회사와 부동산 가치만 합해도 세방 시가총액(1917억원)을 웃돌아 저평가 정도가 크다"며 "자회사 세방전지 지분가치는 2000억원 수준이고, 본사 논현동 사옥 등 부동산 가치는 1000억원 육박한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들에게 현금을 배당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회사가 자사주 100억원 어치를 사서 소각하는 것은 100억원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과 같다. 회사 금고에 있던 100억원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뿌려졌고, 회사는 자사주를 없앴으니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받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한투밸류운용은 작년 2월 25일에도 세방에 △배당성향 제고 및 중장기적인 배당 정책 수립 △자사주 점진적 소각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올해는 자회사 세방전지까지 전선을 넓혔다. 올 1월 말 세방전지에도 △배당성향 제고 및 중장기적인 배당 정책 수립 △자사주 활용 방안 △중장기적 사업 방향 수립 및 시장과 소통을 요구했다.
세방은 사업지주회사로 본사는 항만하역과 보관·운송 등 종합물류업 담당한다. 자회사로 세방전지(자동차·산업용 배터리 제조), 세방산업(배터리 부품 제조) 등을 두고 있다.
세방전지는 국내 축전지(충전 가능한 전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차량용 배터리 '로케트(ROCKET) 제품'이 매출에서 8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폭스바겐, BMW 등에 차량용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한투밸류운용은 2010년부터 세방에 투자한 주요주주다. 한투밸류운용 지분율은 14.36%(지난 5일 기준)으로 최대주주 이앤에스글로벌(16.36%)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이상웅 세방 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한 계열사다. 주사업은 전산시스템 통합, 소프트웨어 설계·개발, 정보처리 용역 제공 및 전산자원 대여다.
한투밸류운용이 지난해 세방에 첫 번째 주주서한을 보냈지만, 배당성향은 감소했다. 세방은 작년 2월 28일 이사회에서 2018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배당금 175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9.21%로 전년 대비 3.55%p 줄었다.
한투밸류운용은 지난 5일 세방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꾸며 주주활동을 이어갈 의지를 표명했다. 이달부터 적용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배당 확대, 자산 매각 요구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하려는 투자자는 지분 보유목적을 최소 일반투자로 변경해야 한다.
[로고=세방] |
세방 측은 시설투자, 인수합병(M&A) 계획 등을 고려해, 2019년 결산 배당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방 관계자는 "한투밸류운용이 보낸 주주서한에 수용할만한 내용이 있다"며 "작년 결산배당은 현금흐름과 물류창고 신설, M&A 등 올해 투자계획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이번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당을 지급하는 것도 좋지만, 투자를 통해 회사 내재가치 높이는 것도 주주 친화정책으로 볼 수 있다"며 "매년 시설투자 금액이 늘고 있기 때문에 현금을 사외로 유출할지, 사내에 유보할지를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세방은 지난해 3월 안성 수도권 제3물류센터(상온창고 3264평, 저온(냉장·냉동)창고 3896평) 준공을 시작으로 콜드체인(Cold Chain, 농산물 등 신선식품을 산지에서 수확한 다음 최종 소비지까지 저장·운송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저온화해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는 시스템) 물류사업을 확장한다. 기존에는 평택 물류센터(저온창고 약 1000평)를 통해 글로벌 유통업체들과 국내 신선식품 물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작년 8월 6일에는 철강 무역회사 성진실업 지분 100%를 218억원에 인수했다. 신규 비즈니스 진출 및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세방은 최근 3년(2016~2108년) 동안 매년 6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약 403억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37%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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