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장기 강달러 사이클이 올해 꺾일 것이라는 월가의 전망이 연초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안전자산 수요가 높아진 탓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달러화 상승 탄력을 꺾어 놓지 못했다.
미국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은 강달러가 반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바이러스의 강타에 중국 공급망이 마비, 각 업계가 치명타를 맞은 가운데 달러화 상승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해 최근 4주 사이 1.65% 급등했다.
JP모간에 따르면 태국 바트화와 한국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는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해 2.36% 떨어졌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한파 우려가 번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는 한편 안전자산 매입을 늘린 결과다.
가뜩이나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흐린 가운데 강달러가 실물경기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최근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3%에 못 미칠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을 필두로 주요국 경제를 강타했고, 이에 따른 파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진단이다.
미국 투자 매체 CNBC가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1분기 미국 성장률이 1.2%까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UBS는 1분기 성장률이 0.4%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도이체방크를 필두로 투자은행(IB) 업계는 바이러스 확산을 앞세워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는 움직임이다.
월가는 2분기 이후 반등을 예상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확산의 진정 여부와 중국 공급망 회복 속도에 따라 성장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다.
달러화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경기 회복이 한층 더 느려질 전망이다. 펀드스트라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톰 리 리서치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강달러가 수출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미국 경제에 복병"이라며 "연준 역시 달러화 상승에 따른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증시가 강한 저항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상승이 멈추지 않을 경우 주가에 부담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도이체방크와 골드만 삭스 등 주요 IB들은 연초 일제히 올해 약달러 전망을 제시했지만 연초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충격이 강타하면서 달러화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전략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달러화를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단기적인 재료로 그치지만 바이러스 충격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의 캘빈 체 외환 전략가는 "중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경제가 미국보다 크게 꺾일 것"이라며 "이는 달러화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