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제가 등장할 때는 웅크려들었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괜찮은 영화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흐뭇합니다(웃음)."
배우 정우성(47)이 신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들고 극장가를 찾는다. 소네 게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을 앞둔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20.02.14 jjy333jjy@newspim.com |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될 만한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해요. 우리 영화는 욕망에 기인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짧지만 밀도 있게 보여줘요. 연희(전도연)를 제외하고는 흔히 볼 수 있는, 또 할 수 있는 실수의 표상이죠. 일상에 대비해 곱씹어 보면 삶, 관계, 물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줘요."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 태영을 연기했다. 사라진 연인 연희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는 출입국관리소 공무원이다. 정우성은 태영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다른, 허당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다. 낯선 얼굴에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여기서 희화화할 인물은 태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허점을 극대화해서 표현했죠. 여태까지 정우성이 선택하고 쌓아왔던, 정우성이니까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깨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다들 놀라기도 했지만(웃음), 빨리 받아들이고 지지해줬죠. 그래서 자신 있게 지금의 태영을 구사하게 됐어요."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태영을 연기한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20.02.14 jjy333jjy@newspim.com |
영화 제목처럼, 태영처럼 정우성에게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절박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물었다. 그는 학교를 자퇴한 후 모든 게 막연했던 10대를 떠올렸다. 정우성은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후 학교를 스스로 나왔다.
"정말 아무것도 없던 때였죠. 무섭고 외롭기도 했고 또 반대로 무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죠. 근데 절박했지만 아무거나 잡진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이 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나란 사람이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존재로 살아 갈까 생각했어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시간들은 결국 빛을 발했다. 정우성은 데뷔 25주년이던 지난해 영화 '증인'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절 응원해줬던 사람들에게 보답이 된 게 가장 기뻤죠. 또 주류 영화가 아닌 '증인'으로 받은 상이라 의미가 더 컸고요. 개인적으론 정우성의 연기에 대한 작은 칭찬 정도라고 생각해요. 제 전체 연기, 배우 인생의 절대적 평가는 아니죠. 전 다시 다른 감정을 연기해야 하고 그게 늘 지금과 같은 평가 받을 순 없을 테니까요."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태영으로 돌아온 배우 정우성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2020.02.14 jjy333jjy@newspim.com |
차기작은 양우석 감독의 '정상회담'이다. 현재 후반 작업 단계로 빠르면 상반기에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부터는 신작 '보호자(가제)' 촬영에 들어갔다. 정우성의 연출작이다.
"즐거운 작업이죠. '보호자' 촬영이 다가오니까(인터뷰는 '보호자' 크랭크업 전 이뤄졌다) 빨리 들어갔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선택한 촬영지들이 베스트였나 의심도 들고 그래요. 만감이 교차하죠.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까 확신할 순 없지만, 제 바람으론 올가을에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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