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사법농단 잇단 '무죄'…무리한 기소인가 제식구 감싸기인가

기사입력 : 2020년02월14일 16:31

최종수정 : 2020년02월17일 09:55

검찰, '사법농단' 7건 기소…법원, 3건 '무죄' 판결
사법행정권 '정점' 양승태·임종헌 등 영향 불가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사건의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7개의 사건 중 이미 3건이 무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56·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7시간' 칼럼을 작성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2018년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것을 시작으로 전현직 판사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판결이 마무리 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불충분 혹은 직무상 관행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초 검찰의 기소가 무리였다는 시각과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시선이 교차한다.

법원 로고 /이형석 기자 leehs@

◆ 무리한 기소인가 제 식구 감싸기인가

사법농단 사건은 검찰 수사 당시부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일제 강제징용 사건 등 역사적인 사건을 두고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제기 그 자체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사법부의 수장이 구속된 것도, 현직 판사들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도 처음이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들은 200여 명에 달한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은 물론이고,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같은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일선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들의 상부 보고 행위를 불법으로 볼 것인지 관행으로 볼 것인지 재량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특히 임 전 처장을 비롯해 양승태(72·2기) 대법원장과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대법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가장 어려운 법이라고 불릴 만큼 까다롭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부장판사의 재판부도 "법관의 독립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인 것은 맞지만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불법적인 지시를 해야 성립되는데, 임 부장판사에게는 일선 재판부의 판결에 개입할 권한이 애초에 없었다는 취지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무죄 판결은 기소 때부터 예상했던 결과"라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들의 업무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고 자칫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 혐의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도 "직권남용은 입증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혐의"라며 "사건의 경중을 따지기 이전에 법리에 기반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재판부로서는 무죄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쨌든 법원에 속한 법관으로서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 같은 전향적인 판단을 내리기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면서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제 식구 감싸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좌)·박병대 전 대법관(가운데)·고영한 전 대법관(우) [사진=뉴스핌DB]

◆ 양승태·임종헌 재판에 영향 불가피할 듯

3건의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조직적 범행으로 명명한 사건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7건 중 3건에서 공모관계가 부정되거나 관행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들도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사안 요약 문건을 청와대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54·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1심은 "피고인이 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해 사안 요약 문건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혹은 사법부 외부 성명 불상자에게 제공했다는 점과 관련해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기록을 상부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신광렬(55·19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조의연(53·24기)·성창호(47·25기) 부장판사도 "법원행정처가 검찰의 수사 확대 저지를 목적과 관련해 검찰총장 압박 등을 기재한 보고서 문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후 검토되지도 않았고 실행에 옮겨지지도 않았다"며 "피고인들이 검찰 수사 확대 목적으로 수사정보를 유출한 것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어 "영장전담 판사들은 통상적인 예에 따라 주요 사건 처리 결과를 보고하고 형사수석부장이었던 신 부장판사는 상급 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으로, 수사 정보를 외부에 누설할 의도를 공유하고 사전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나 임 전 차장도 직권남용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직권남용의 요건을 까다롭게 해석한 것도 이에 한 몫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delant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