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정부가 요코하마(横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선내에 격리돼 있던 승객들의 하선 조치를 시작했다.
하선 첫 날인 19일, 발열 등의 증상이 없고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된 승객들 중 고령자를 우선으로 443명이 하선했다. 이들은 추가 격리 등 별도의 조치 없이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귀가 후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계속해서 건강 상태를 체크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다.
전일에 이어 오늘(20일)도 약 500명의 승객이 하선할 예정이며, 일본 정부는 21일까지 승객들의 하선을 완료할 예정이다. 승무원의 하선 일정은 미정이다.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그냥 집에 보내는 것은 위험한 조치"
하지만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하선한 승객들을 그냥 집으로 보내기로 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위험한 조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일본이 크루즈선의 승객을 자유롭게 풀어줬다. 안전할까?"라며 "일본 이외 국가들은 선내 격리 기간에 실효성이 없다고 간주하고 귀국 후 2주 간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크루즈선 탑승자들의 입국을 제한했다. 美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8일(현지시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했던 모든 승객과 승무원은 최소 14일 간 미국 입국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CDC는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승객들은 코로나19를 확산할 수 있는 '지속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엄중하다. 정부는 크루즈선에 내린 국민들이 국내에 입국할 경우 2주 간 격리 조치할 예정이며, 다른 국적자들의 경우에는 입국 금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하선이 시작된 19일에도 79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542명에서 621명으로 늘어났다.
[요코하마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19일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여객 터미널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0.02.19 goldendog@newspim.com |
◆ "하선한 승객들 즉각 격리 조치해야"
일본 내에서도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며 하선한 승객들을 즉각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미 마사히로(上昌広) 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은 "일본 정부의 대응은 완전한 실패"라며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해도 하선한 승객들이 여전히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오늘 하선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며 "일본 정부는 즉각 하선한 승객들을 격리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HK도 호주 전문가를 인용해 "하선 전 음성이었다고 해도 수일 후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며, 승객들이 하선한 후 대중교통 등으로 귀가할 수 있도록 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파견 의료팀(DMAT)의 일원으로 크루즈선에 승선했던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郞) 고베(神戶)대학병원 감염증 내과 교수는 "선내 감염 통제가 완전히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와타 교수는 18일 유튜브를 통해 "20년 이상 일선에서 에볼라와 사스 등 여러 전염병을 치료해 오면서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두려움을 느꼈다"며 "의료인마저 이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일본 정부의 감염 대책이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각국의 입항 거부로 2주 간 해상에서 표류하다 캄보디아에 입항한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도 승객들이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하선한 이후 뒤늦게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요코하마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한 기자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에게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다. 2020.02.19 goldendog@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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