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협 "대구·경북에서 주총 걱정 전화 수백통은 와"
대구·경북 주주들 의결권 위임권유 대행사 만나주지 않고
감염의심자 총회장 진입도 걱정…법상 막을 수 없어
당국 "사업보고서 제출 연기해줬지만 주총 연기는 아냐"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산되면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상장법인들이 아우성이다. 상법에 따라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개최해야하는데, 작년처럼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총을 개최했다가 코로나19 확산을 부채질할까봐 걱정이다. 작년까지 활용한 의결권 위임권유 대행사도 현재로써는 주주를 만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주총을 미루는 결정은 주주명부를 재확정해야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 상장법인은 이날 기준 총 109곳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은 39곳, 코스닥 상장기업은 70곳이다. 이중 4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12월 결산법인으로 오는 3월 안에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2020.02.26 goeun@newspim.com |
상법에 따르면 주총은 주주 명부가 확정되는 명부 폐쇄일부터 3개월 이내에 열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12월 결산을 택하고 있어 12월 말 주주 명부를 확정하고 3월 말에 주주총회를 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 상장사들 중 주총 개최 어려움을 토로하는 전화가 지금까지 수백통은 걸려온 것 같다"면서 "대구·경북 상장사들은 주주 분산도가 높아 지배구조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데 이때문에 주총 개최에 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상장사들이 오는 3월 주총에 대해 우려하는 사항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주주들이 주총 참석을 꺼려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성적으로 의결정족수가 모자라는 회사의 경우 의결권 위임권유 대행사를 활용해 가가호호 방문으로 의결권을 위임받는 방법을 써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주주들이 이들을 만나주지 않고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다는 토로가 나온다.
의결정족수를 채운다 해도 걱정이다. 주총에서 주주들이 다수 모이는 상황이 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중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총을 개최한 곳은 33곳이다. 주총 장소를 바꾼다고 해도 대구·경북 상장사는 같은 지역 주주가 상대적으로 많다.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해도 감염의심자가 총회장에 진입하는 것을 거부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 주주 입장에서 주총 참석은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총을 4월로 미루는 결정을 하기도 쉽지 않다. 상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명부를 1월 이후 기준으로 재확정해야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3월 정기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이 어려운 경우 주총에서 연기 또는 속행 결의를 해 4월 이후 다시 주총을 열 수 있게 했지만, 이는 재무제표 승인과 배당 등의 안건을 4월에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월에 일단 주총이 있어야 하고, 3월에 처리가 됐어야 하는 안건들 중 재무제표 승인과 그에 따른 배당 등이 감사 지연으로 인해 어려우니 4월에 마무리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금융당국이 사업보고서 지연에 대한 징계를 면제해주면서 대구·경북 상장사들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대구·경북 상장사는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력을 철수하면서 감사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장사들은 현재까지는 정상적인 일정 프로세스대로 주총 및 배당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주총을 미루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주총이 열리는 3월 말까지 아직 기간이 남아있으니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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