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코로나19 확진자 둔화 전 반등 시작
韓 확진자 증가세 둔화됐지만…외국인 자금 유입 안돼
미국 확진자 증가 예정…韓, 수출 의존 높아 불안
韓 추종 ETF 자금 유입돼도 이머징ETF에서 빠져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에 들어섰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보는 지속되고 있다. 중국 증시에는 확진자 증가폭이 줄어들기 전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밀려들어왔으나 아직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복귀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04포인트(-2.16%) 하락한 2040.22포인트에 마감했다. 증시를 끌어내린 주역은 외국인 투자자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564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2622억원 매도우위를 보였고 개인은 790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2020.03.06 goeun@newspim.com |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4일 8거래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한국 증시로 복귀하는 듯 했으나 지난 5일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고 이날도 매도를 지속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감소하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밝힌 것이 무색한 움직임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한국에서 고무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신규 보고 사례가 줄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보고된 사례는 이미 알려진 집단에서 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신규확진자수가 둔화되는 시점을 선반영해 증시가 반등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정점(3156명)을 기록한 것은 지난 2월 5일이고, 상해지수의 저점은 2월 3일이었다. 중국의 사례는 감염병이 창궐할 때 확진자 증가폭이 둔화되면 증시도 반등한다는 이전의 경험을 재확인했다.
한국의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가 정점을 기록한 시기는 지난 2월 29일(909명)이다. 최근 코스피지수 저점은 2월 28일(1987포인트)이다. 한국 증시도 확진자 증가폭이 둔화되기 전 저점을 찍었으나, 중국 증시 처럼 앞으로 상승세를 뻗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차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이다. 중국 증시에는 확진자 증가폭이 줄어들기 전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밀려들어왔으나 아직 한국 증시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복귀하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국 증시를 떠받친 것은 '저점매수' 기회를 노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감염병이 확산할때는 확진자수가 처음 감소할 때부터 공포심리가 완화되며 시장이 반등하는게 맞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한국 개별로 보면 안되고 글로벌 전체로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얼마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부통령이 검진을 확대한다고 말했으니 향후 미국의 확진자 수는 자연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미국 확진자가 계속 증가한다면 대미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혼자 오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한국의 확진자 증가폭 둔화를 인식하고 있다. 한국증시를 향하는 상장지수펀드(iShares MSCI Korea ETF)에는 최근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금 유입세는 약해지고 있고, 한국 추종 ETF보다 규모가 10배 이상 큰 이머징마켓(EM) 추종 ETF에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한국 추종 ETF에 지난 3일 자금이 많이 유입됐는데, 이 점이 지난 4일 코스피지수에서 외국인 자금이 순매수로 돌아선 것을 일부 설명한다"며 "4일과 5일에도 ETF에 자금이 유입됐지만 규모는 지난 3일에 미치지 않았다. EM에서 빠진 자금을 커버하긴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머징마켓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둔화되는 추세다. 김경훈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회피(Risk-off) 성향이 지속됐지만 그 강도는 약해졌다"며 "최근 이머징 ETF(iShares EM ETF) 좌수감소 폭이 2월말 최초 감소때보다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도 상승(원화 약세)하며 외국인 수급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달러 인덱스가 빠지면서 달러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원화가 그보다 더 빠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올라가는 모습"이라면서 "외국인은 원화 강세 때 캐리트레이드 등 환차익 측면에서 유리해 한국 증시를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앞으로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의 하락폭에 비해 '선방'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는 이머징마켓에 속해 리스크 회피 심리를 반영하며 돈이 빠지고 있으나, 이미 코로나19를 겪은 국가는 앞으로 겪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연구원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다음주 정도면 안정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증시가 빠질 때 국내 증시는 덜 빠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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