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공장 가동률 80% 대로 낮춰
정유업계, 재고 평가손실 커져 1Q 실적악화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업계 역시 코로나19 여파에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비행기와 자동차 등을 이용한 인구 이동과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수송용 연료 판매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른 후폭풍은 하루 새 30% 넘는 국제 유가 폭락을 가져왔다. 단기간 내 유가 급락은 비싼 가격에 구매한 정유사 원유의 재고가 평가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큰 부담이다.
결국 정유업계의 1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고전했던 정유업계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코로나19여파 원유 수요 감소…산유국, 증산 통한 '경쟁' 선택
9일 외신과 정유업계에 따르면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러시아는 유가 하락 타격이 비교적 적은 러시아가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 역시 곧바로 증산을 결정했다. 다음 달부터 원유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증산 발표 소식에 국제유가가 폭락했다. 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32.05달러로 전일대비 30%,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0달러로 27% 하락했다.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감산 정책 합의 실패가 주요 산유국의 점유율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증산에 나설 경우 유가가 과거 최저 수준인 배럴당 26.21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상황은 정유사 입장에서 커다란 부담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갖고 있는 원유 재고의 자산 손실이 커져 영업손실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가가 급락하면 가격이 낮아져 석유소비가 증가했다"면서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항공 수요나 휘발유, 경유 수요가 줄고 있어 수요 확대도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 석유제품 수출 항공유 22%, 경유 뒤 이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급락 이전인 지난 2월 코로나19 발생 후부터 항공유와 휘발유, 경유 등의 국내외 수요가 크게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항공유는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매출액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석유제품 수출 중 경유가 37%로 가장 높고, 두번째가 항공유(22%)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우리 나라와 중국을 오가는 항공뿐 아니라 세계 항공사들의 운항이 거의 다 끊기다 보니 항공유의 소비가 크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유사 수출 비중의 약 18%를 차지하며 최대 수출국에 올라서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춰서고 항공 운항이 급감한 것 또한 큰 타격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진 속 공급 증가로 유가 하방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에너지는 이번 달부터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더해 시장 상황에 따라 다음달 추가로 낮출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SK에너지가 정제공장 가동률을 80%대로 낮춘 것은 정기보수를 제외하고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 좋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 몰라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