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스트레이트> 보도에 글 올려
"검사 용기 지켜줄 배당 제도 개선 필요"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임은정(46·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연락달라'는 시사 프로그램 보도에 대해 "검사들은 관할권이 있어도 배당 기록에 치여 방송을 보고 수사에 착수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어제 MBC <스트레이트>를 본방사수 하다가 움찔했다"며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 장모의 투자 의혹 보도에 대해 언급했다.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이형석 기자 leehs@.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9일 "윤 총장의 장모 최모 씨가 지난 2013년 땅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350억원대의 은행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사용하는 등 투자 의혹을 받았음에도 검찰 수사를 피해왔다"며 집중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는데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그동안 취재한 자료를 다 넘겨드리겠다"고 했다.
임 검사는 이에 대해 "방송을 보고 2000명의 모든 검사를 비겁한 자로 오해할 분들이 많으실 듯 하다"며 "속상해할 적지 않은 후배들을 대신해 법률과 현실을 짧게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2000명 검사 중 수사 관할이 있는 검찰청 검사는 극히 일부고, 관할권 있는 검찰청 검사라 하더라도 배당 기록에 치여 숨쉬기도 벅찬 형사부 검사들에게 인지 수사할 여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7년 상반기 제가 의정부지검에 근무할 당시 수사지휘를 전담하며 매월 약 550여건을 배당받았다"며 "매일 쏟아지는 배당 기록을 보느라 하늘 볼 여유조차 사치인 형사부 검사들은 관할권이 있더라도 방송을 보고 수사에 착수할 여력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또 "의정부지검에서 윤 총장 장모 진정 사건을 누구에게 배당했고, 어떻게 수사되고 있는지 저도 많이 궁금하다"면서 현행 검찰 배당 시스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검찰에서 사건 배당은 사실상 배당권자 마음이기 때문에 강단 있는 검사가 위법·부당한 지시에 이의제기권을 행사해도 현행 이의제기 절차 규정상 찍어누르기 하거나 재배당해버리면 된다"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배당 제도와 이의제기권 절차규정을 고치라고 권고했는데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사의 용기도 필요하지만 검사의 용기를 지켜줄 제도 개선도 절실히 필요하다"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를 검찰이 수용할 때까지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