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 자료 통해 의심 정황 조목조목 지적
"방음 구조까지 염두…내부인 철저한 계획 소행"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아내와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이 범행 당일 자지 않고 깨어 있었다고 검찰이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살인 혐의(관악구 모자 살인사건)로 기소된 A씨에 대한 9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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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날 피의자 신문 조서 등 증거 자료를 통해 사건 당일에 대한 피고인의 의심스러운 진술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날 밤 10시 경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35분 무렵 집을 나서기까지 깬 적이 없다는 피고인 진술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이 깨어있었던 정황을 입증하는 증거로 피고인과 아내의 핸드폰을 들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정 무렵 휴대폰 경마 앱에 접속한 내역이 있다"며 "피고인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아내가 몰래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 스스로도 패턴 암호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복잡한 패턴으로 미루어 아내가 몰래 접속했을 가능성 역시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실 쪽에서 충전 중이던 아내의 핸드폰이 새벽 1시23분 경 십여 초 켜지고 4분 뒤 충전기와 분리된 후 한 차례 더 켜졌다"며 "이후 아내의 핸드폰은 거실 매트리스와 커버 사이에 놓여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음이 취약한 구조라 새벽에 핸드폰이 울리면 밖에서 들려 들킬까 염려했던 것"이라며 "이는 방음 구조까지 면밀히 알고 있는 내부인의 철저한 계획 아래 행해진 범행으로 외부인의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건 당일 피해자 집에 머무는 동안 피고인이 보인 의심스러운 정황도 꼬집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당시 아내와 아들이 문 앞에서 반겼다고 했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아내만 서 있었다며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을 조작하고 있다고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은 식사 후 화장실에 들어가 면도와 샤워를 했다고 하지만 면도기 등에 DNA 검출이 없다"며 "샤워 후 냉장고 옆 빨래통에 넣어둔 수건에선 혈흔과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는 것으로 보아 샤워했다는 진술도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이 아내와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당시 보인 태도도 이례적인 반응으로 봤다.
검찰은 "피고인은 경찰의 사망 사고를 접하기 전날 밤 장인으로부터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집 비밀번호가 무엇이냐' 등 전화를 받았다"면서 "이후 사망 소식을 전하는 전화에 상대방의 신원뿐만 아니라 사망 이유도 묻지 않고 현장에 도착해서까지 장인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이는 피고인이 이미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알고 있던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피고인은 억울하다며 누명을 벗고 싶다는 입장이다. 사건 당일 저녁 9시경부터 새벽 12시35분 사이 피해자의 집에 있었던 사실은 맞지만 살해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검찰에 당일 집 밖으로 나간 가족은 아무도 없고, 누군가 집 안에 들어오거나 누군가와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B씨와 6살 아들 C군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시신은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은 B씨 부친의 경찰 신고로 발견됐다. 현장에는 범행 도구나 폐쇄회로(CC)TV 등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자료와 감정 등을 통해 A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아내와 아들이 사건 당일 오후 8시 이전에 저녁 식사를 마쳤고, A 씨가 오후 9시께 집에 들어가 다음날 새벽 1시30분께에 나왔다면서 외부인의 침입 흔적도 없는 만큼 그 시간 사이에 A씨가 모자를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이달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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