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포 정리 이어 해외 온라인사업 철수로 체질 개선 나서
실적 부진 만회 위한 전략...인력 감축 역효과 우려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롯데쇼핑 '원톱'으로 자리매김한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이 국내외 사업에 칼을 빼들었다. 이른바 '장사가 잘 되는' 사업 중심으로 한 고강도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백화점과 롯데마트·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30%에 달하는 200개 점포를 정리하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이커머스 사업도 접는다. 하지만 최근 적자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롯데쇼핑이 이를 통해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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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태 유통 BU장[사진=롯데그룹] |
◆해외 사업도 구조조정 타깃...동남아 이커머스 사업 철수
26일 업계에 따르면 강 부회장이 국내 점포 정리뿐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이커머스 법인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강 BU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원톱으로 올라섰다. 롯데쇼핑의 5개 계열사의 전권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 구조조정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우선 강 부회장은 수익성이 좋지 않은 해외, 특히 동남아 지역 이커머스 사업이 타깃으로 정했다. 먼저 인도네시아 재계 2위인 살림(Salim) 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인도 롯데 막무르'에 대한 지분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베트남 현지 이커머스 법인 '롯데 전자상거래 베트남 유한회사'는 이달 말 청산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 1월 롯데쇼핑은 2016년에 시작한 베트남 이커머스 사업인 롯데닷브이엔의 운영을 종료한 바 있다.
해외 이커머스 사업에서 손을 떼는 대신, 현지 오프라인 사업은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마트 오프라인 매장으로 2023년까지 100개 수준으로 확대에 나선다. 프리미엄 콘셉트의 새로운 매장도 론칭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롯데마트 인근에 근거리 배송 서비스인 '스피트엘(L)'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국내 오프라인 점포 실적부진 200곳 정리...'주택건설사업' 사업목적 추가 주목
해외 사업뿐 아니라 국내 사업도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강 부회장은 '대규모 점포 정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 부회장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 점포 중심으로 정리한다는 전략이다. 백화점뿐 아니라 롯데마트·슈퍼마켓이 정리 대상이다.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전체 700개 점포 가운데 200개를 3년 안에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폐점 점포 위주로 주택 임대나 분양 사업을 전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롯데쇼핑은 오는 27일 열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택건설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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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0.03.25 nrd8120@newspim.com |
이는 실적 부진과 맞닿아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3년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17년 8010억원에서 지난해 4279억원으로 3년 새 반토막 났다. 사드 보복 사태로 실적에 타격을 받은 이후 지난해에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여파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출을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 백화점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매장에는 손님이 급감했다. 올해 더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고강도 체질 개선을 실시할 경우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동시에 나온다.
동남아 이커머스 사업도 실적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살림 그룹과 함께 설립한 인도 롯데 막무르는 2017년 120억원에서 2018년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년 사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국내외 사업이나 점포를 정리하는 것은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이라며 "롯데쇼핑은 지난 수년간 부진한 수익성을 기록해왔던 만큼 변화 및 개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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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롯데] 2020.01.20 nrd8120@newspim.com |
◆인력 감축 불가피...점포 정리 역효과 우려도
문제는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이 인력 감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0개의 점포가 폐점되는 만큼 인력 재배치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마트 노조들은 점포 정리가 인력 감축의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는 앞서 "회사는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회사는 인력 재배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해고 조치나 다름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롯데쇼핑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때문에 수만명의 협력 및 파견사원을 해고할 경우 오히려 롯데쇼핑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 창출이라는 국정 과제와도 결을 달리 하는 사업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인력 감축은 사회적으로 대형 이슈다. 200개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실적이 안좋은데 부정적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유통업체로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협력업체와 파견직들은 롯데쇼핑이 직접고용한 사람이 아니어서 법적 문제는 없지만, 도덕적, 사회적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과도 반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