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건설부문 대표…1일에도 조사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섬상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치훈(63)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을 일주일 만에 다시 소환조사 하면서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최 의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지난 2월 11일과 19일, 3월 19일, 4월 1일에 이어 네 번째다.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사진=삼성물산> |
최 의장은 지난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를 지내며 두 회사 합병에 관여한 인물이다.
이에 검찰은 최 의장을 상대로 합병 당시 삼성그룹 윗선의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계속 추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 직후인 2015년 7월 서울에 신규주택 2만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같은해 상반기 삼성물산은 저조한 건설 수주 등으로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검찰은 삼성물산이 대규모 주택공급을 밝힌 시점에 주목하고 삼성물산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발표를 늦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이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리기 위해 2조원대 계약 체결 사실을 숨겼다고도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2조원대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으나, 이같은 사실은 주택공급 소식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의 이후 공시됐다.
검찰은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당시 두 회사 간 합병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이 가능하도록 조직 차원에서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역시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제일모직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관련 수사를 이어가면서 올해 장충기(66)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과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지성(69) 전 미전실장(부회장) 등 과거 삼성 수뇌부들을 잇따라 조사했다.
검찰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환조사 등을 최소화하고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성 합병 의혹 수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최근 최 의장 소환조사 등 수사를 재개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최 의장 조사 이후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