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여파 계속...코로나에도 '명품', 백화점 매출 견인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주말에나 그나마 좀 오는 편이지 평일에는 방문객이 정말 없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할 맛이 안나네요."
비가 내리는 금요일 오전, 쇼핑의 중심지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소공점에서 만난 한 판매사원은 한숨을 쉬며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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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명동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 전경. 2020.04.17 oneway@newspim.com |
◆명동 롯데·신세계百 봄 세일 '무색'..."손님 발길 없어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오는 19일을 끝으로 봄 정기세일을 마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백화점 업계는 마지막 세일 주말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정기세일 종료를 이틀 앞둔 17일 오전 서울 명동과 영등포 등 백화점들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통상 세일 기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1~2층 화장품, 여성복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소란스러운 세일 분위기보다 방문객이 없어 노래 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지는 듯 했다.
매장들을 각각 최대 30%까지 세일을 한다는 팻말을 내걸었지만 눈길을 주는 고객보다 판매 직원이 더 많은 모습이다.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1층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한 판매사원은 한숨을 쉬며 "사람이 정말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전체적으로 방문객들이 감소했는데 평일에는 고객들을 거의 응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판매사원은 모처럼 방문한 손님이 반가운 듯 나가는 발길을 붙잡으며 다른 제품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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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명동의 한 백화점에서 판매사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4.17 oneway@newspim.com |
지하 푸드코트에는 다행히 점심 시간을 조금 지난 오후까지도 손님들이 몰려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쇼핑백을 든 손님이 아닌 사원증을 목에 건 백화점 직원이나 인근 회사의 직장인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나마도 수가 많지 않았다.
푸드코트 내 한 카페에서 만난 백화점 직원은 "식품 매장에는 그나마 고객들이 있는 편"이라면서도 "화장품, 여성복 등 매장 전체적으로 사람이 없으니 더 힘들고 피로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2층 여성복 매장에 올라서자 쇼핑객은 스무명이 채 안 돼 보였다. 넓은 매장이 고객이 없으니 매장 직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이다.
남성복 매장은 더 심각했다. 6층 럭셔리 남성복 매장을 한 바퀴 돌았지만 기자 외에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을 한명도 만날 수 없었다.
백화점은 정기세일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그럼에도 세일 폭을 더 늘릴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 신발 매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없어 힘든 상황도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세일을 40~50%씩 해버리면 가게들은 다 망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백화점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휴무일까지 없애며 봄 정기세일에 돌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 효과는 미미한 듯 하다.
오히려 휴무일을 없애 방역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날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한 김모 씨(25)는 "백화점에 오는 것이 꺼려졌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방문객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부터는 백화점 찾는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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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코로나19에도 명품 매출은 늘고 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명품 매장에 대기 줄이 늘어서있다. 2020.04.17 hj0308@newspim.com |
◆코로나에도 '명품', 백화점 매출 견인...男 명품 신장률 전년比 11.1% ↑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은 그나마 타임스퀘어 방문객들도 있어 평일 백화점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명품 매출만이 늘었다는 백화점 측 설명대로 명품관 앞에는 여전히 입장을 위한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여성 상품 중심의 일반 명품은 작년보다 3.3%, 남성 명품은 11.1%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전체 실적은 지난해보다 13% 줄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패션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간 남성 전문관을 꾸준히 강화해온 결과, 남성 소비자가 백화점 매출 상승을 이끄는 상황이 왔다"고 분석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