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호텔 모두 적자전환...81분기 만에 최초
프로포폴 혐의 벗었지만 연내 회복 어려울 듯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호텔신라의 사상 첫 적자전환 위기설이 현실화됐다. 코로나19로 확산으로 1분기 면세사업과 호텔사업 모두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호텔신라의 면세 사업을 글로벌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부진 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섰다. 업황 악화로 연내 완전한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2019.03.21 kilroy023@newspim.com |
◆ 1분기 손실액 668억원...'코로나 쇼크' 예상보다 컸다
호텔신라는 1분기 매출 9437억원, 영업손실 668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8.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735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견줘도 '어닝 쇼크'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1분기 매출 1조856억원, 영업이익 6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2%, 91.5% 감소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됐다.
코로나발 쇼크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는 의미다.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호텔신라가 실적을 공개한 2000년 1월 이후 최초로 81분기 만이다. 전체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7.1%를 기록, 6.1%를 기록한 전년 동기와 비교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주력 사업인 면세사업의 경우, 매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849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액은 49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시내면세점 및 공항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22%, -42% 감소했다.
인천공항 여객 수가 전년 동월 대비 98.7% 가량 급감하면서 3월에만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이 90% 이상 감소했다. 김포공항점은 지난달 21일부터 한 달여간 휴업에 들어갔다. 해외 사업장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점과 홍콩국제공항점 등도 여객 수가 줄며 매출이 급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레저 사업은 매출 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17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세부적으로 서울신라호텔은 277억원, 제주신라호텔은 115억원, 신라스테이는 222억원, 레저사업부는 2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투숙객이 급감하면서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업황이 반영된 실적"이라며 "향후 영업 정상화에 대비해 세계 1위 기내면세점 '3식스티' 지분인수를 완료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1분기 실적 [사진=호텔신라] 2020.04.24 hrgu90@newspim.com |
◆' 승승장구' 이부진 사장, 첫 경영 위기...돌파구 찾을까
직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4분기 호텔신라는 매출 5조7000억원, 영업이익 2959억원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는 연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명 이내로 줄어들며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해외는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면세·호텔사업은 업황이 악화되도 임차료 등 고정비가 줄어들지 않아 상황이 더 불리하단 평가다.
박소영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임차료와 고정비, 유치비 수준이 높은 따이공(중국인 대리구매상)의 매출 의존도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올해는 부진한 영업실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실적 회복 속도와 폭에는 불확실성이 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면세사업자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으나 대기업인 호텔신라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지원 방안도 대부분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임차료 문제로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DF3 사업권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이 경영선상에 오른 뒤 경험하는 첫 위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인한 업황 악화가 2017년 사드 때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면세사업을 글로벌 3위로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으며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 사장은 주주총회 현장에서 "연초부터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인해 관광산업이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사업모델과 지역, 상품을 다변화하고 M&A와 전략적 제휴 기회를 발굴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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