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전례 없는 코로나 감염증 사태가 계속지면서 영화 소비를 둘러싼 극장가와 OTT 진영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역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 충격이 장기간 이어진 탓에 극장은 침체된 반면 넷플릭스 등 OTT 업체는 상대적 호황이다.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에도 OTT 진영이 극장을 앞서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영화 소비는 다시 극장에서 이뤄지지란 예측도 만만찮다.
◆ OTT, 극장 얼마나 앞질렀을까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2016~2020년 1분기 관객 수 비교표 [사진=영화진흥위원회] 2020.05.08 starzooboo@newspim.com |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언택트'가 유행하며 OTT 시장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회원 수와 오리지널 시리즈를 앞세워 극장을 앞서리라는 예측은 전부터 나왔지만 코로나 여파로 전세역전이 빨라졌다.
비록 추정치지만 넷플릭스는 올 1분기 신규 가입자 1580여만 명을 끌어 모았다. 1년 전 최대 가입자가 960만 명인 점을 떠올리면 대단한 수치다. 1분기 전 세계 유료가입자는 1억8300여만 명으로 지난해 같인 기간보다 약 23% 늘었다. 코로나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28%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극장은 초토화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극장 관객 수는 260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07만명)보다 53%가량 줄었다. 매출액 역시 2211억원으로 전년 동기(4677억원) 대비 약 53% 감소했다. 지난달 7일 기준 관객 1만5429명은 2004년 이후 최저치였다. 4월 둘째 주말 전체 관객 수는 9만8705명으로 역시 2004년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 OTT, 이대로 굳히기 가능할까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일본에서 호평 받은 4DX. 지난 1월 호소다 마모루의 '썸머 워즈' 4DX판이 현지에서 기간 한정 개봉됐다. [사진=카도카와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캡처] 2020.05.08 starzooboo@newspim.com |
극장 입장에서 보면, 사실 넷플릭스는 코로나 이전부터 위협적인 존재였다. 영화 소비라 하면 극장에 가 원하는 작품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넷플릭스는 극장 상영과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며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OTT와 극장 모두 장단점이 있다.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40대 남성은 "극장의 비매너, 중간에 쉽게 나갈 수 없는 점 등이 꺼려져 넷플릭스를 본다.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인코딩 기술이 좋아 HD로 봐도 화질이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극장의 장점은 역시 대화면과 압도적인 사운드다. 3D는 점점 보편화되고, 오감을 자극하는 4DX의 보급률도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5.1채널 홈시어터 사운드가 극장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일장일단에도 OTT 업체가 영화소비 판도를 바꾼 건 감염증 사태다. 너도나도 '집콕'을 하면서 OTT는 물론 VOD 시장까지 활황이다. 극장으로 가려던 발길이 OTT와 VOD로 몰리면서 극장가는 핀치에 몰린 셈이다. 더욱이 코로나가 조만간 대유행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언택트에서 장점을 파악한 업체들이 OTT를 통한 영화 소비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 그래도 영화는 극장에서?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체크봇'을 통해 극장 정보를 확인하는 모습, '픽업박스'에서 주문한 메뉴를 픽업하는 모습, '스마트체크'를 통해 자율 입장하는 모습, '팝콘팩토리 셀프바'에서 메뉴를 구매하는 모습) 2020.04.20 jjy333jjy@newspim.com |
정말 극장이 이대로 무너질까. 이 관측이 아직은 섣부르다는 게 중론이다. OTT 진영의 기세가 대단하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는 오래된 소비 패턴이 단번에 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극장들은 OTT 업체들과 별개로, 화면과 사운드 뿐만 아니라 체험 측면에서 다양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CJ의 자회사 CJ 4D플렉스의 체험형 영화시스템 4DX는 보수적인 일본 극장가에서도 기술을 인정받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썸머워즈'가 4DX판으로 재개봉하기에 이르렀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공식에 익숙한 영화팬도 많다. 한 20대 영화팬은 "영화 소비 측면에서 극장과 OTT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솔직히 코로나가 아니라면 굳이 영화를 집에서 볼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영화팬은 "마블 같은 블록버스터나 액션영화를 집에서 보기는 아깝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라며 "언택트가 대세라지만 코로나가 잦아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극장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코로나 사태를 겪은 극장도 변화에 적극적이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달, CGV는 여의도점을 언택트 시네마로 꾸몄고 비대면 주문 등 매점 서비스도 개편했다. 롯데시네마도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자판기를 들여놨고 메가박스도 모바일 오더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한 영화팬은 "인기 상영작은 늘 사람이 많고 대기가 길며 영화 집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런 점들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적극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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