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글로벌 기업들이 이른바 '수요 절벽'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감원 한파와 소득 위기 속에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매조차 줄이고 나선 것.
기업들은 과거 경기 침체 때보다 이번 팬데믹 사태의 경영난이 더욱 크다고 지적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뛰어들었다.
고객 한 명 없는 미국 뉴욕주 뉴욕 맨해튼의 애플 매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 가운데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47%에 달했다.
일정 부분 축소하고 있다는 응답도 40%를 웃돌았고, 아직 팬데믹 이전과 같은 소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0% 가량에 그쳤다.
상황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영국 소비자들 가운데 소비를 대폭 줄였거나 일정 부분 축소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80%를 훌쩍 웃돌았고, 호주의 경우 수치가 90%에 육박했다.
인도네시아와 남아공의 경우 95%의 소비자들이 소비 축소에 나서는 등 신흥국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2000만개 이상 사라지는 등 대규모 감원 한파가 주요국을 강타한 결과다.
여기에 임금과 보너스 삭감 및 실직자들의 소득 위기가 맞물리며 민간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CNBC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재기에 나섰던 소비자들이 99센트 마트를 포함해 저가 물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득이 줄어들자 꼭 필요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장 조사 업체 IRI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4주 사이 저가 브랜드의 생필품 판매가 전년 동기에 비해 16.1% 급증했다.
가뜩이나 매출 급감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경기 침체 시기에 상대적으로 저항력을 보이는 필수 소비재 업계도 수요 쇼크에 따른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유인해 매출을 늘리기 위한 각종 필살기를 동원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가공 식품 업체인 네슬레는 팩키지 사이즈를 축소해 가격을 낮췄고,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은 베스트 셀러로 생산과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켈로그는 소비자들을 시선을 끌기 위해 시리얼 팩에 몇 차례의 아침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크게 부각시켰고, 코카콜라와 허쉬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상품 사이즈를 축소하고 나섰다.
켈로그의 스티브 캐힐레인 최고경영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자리에서 투자자들에게 "과거 침체와 최근 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도브 비누를 생산하는 유니레버의 그레임 피케틀리 최고경영자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매까지 줄이는 움직임"이라며 "과거 불경기 때와 다른 양상"이라고 전했다.
한편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미국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 수요 절벽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