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재판 동시에 결심공판으로 진행
"1심, 여성이 느꼈을 감정 배려 없는 판결"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가수 고(故) 구하라 씨를 폭행·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 최종범(29) 씨가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구하라 씨의 친오빠 측은 "피고인의 협박은 4시간 동안 지속됐다"며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엄중한 판결을 내려주길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4시 30분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고 곧바로 심리를 종결했다. 오빠 구호인 씨는 이날 구하라 씨를 대신해 유족 자격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故(고) 구하라의 친오빠인 구호인씨가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데이트폭력, 리벤지 포르노 관련 협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의 항소심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0.05.21 pangbin@newspim.com |
이날 최 씨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며 특별히 다툴 부분은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오빠 구 씨의 피해자 유족 측 변호를 맡은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1심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고 우발적이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피고인이 진심 어린 반성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은 1심에서 재물손괴를 제외하고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해 왔으며 유족들에 대한 사과나 합의를 위한 시도조차 전혀 한 적이 없다"며 "단지 양형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써 진정한 참회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으로 협박한 부분은 여성이자 연예인이었던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파멸에 이르게까지 한 중범죄"라며 "그런 범죄가 반성이 있고 우발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실형을 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고인은 전혀 우발적으로 범한 행위가 아니다"며 "기자들에게 2번 정도 2시간에 걸쳐 연락을 하고, 소속사 대표를 부르지 않으면 동영상을 모두 유포하겠다고 하는 등 총 4시간에 걸쳐 4번의 협박을 했는데 이는 계획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가장 문제가 된 동영상을 이용한 협박은 '죽여버릴 거야', '칼로 찌를 거야' 등과 같은 일반 협박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며 "여자로서의 인생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정도의 협박을 4시간 동안 4회에 걸쳐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감은 일반 협박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여성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배려가 매우 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번 사건이 갖는 사회적 악영향을 깊이 고려해 항소심 재판부는 반드시 준엄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에 따르면 구하라 씨는 생존 당시 1심 재판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가 불법 촬영한 사진을 필사적으로 지우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구하라 씨는 당시 "나는 (사진을) 지우려고 했다"며 "계속 지우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잡지 못해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귄 지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에서 사이가 안 좋아질까봐 바로 시도할 수는 없었다"며 "연인의 핸드폰을 볼 수는 있지만 장시간 동안 사진을 삭제하고 편집하는 것까지는 눈치가 보여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하라 씨는 급한 마음에 동영상부터 지웠지만 결국 사진을 건드릴 시간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사진을 찍을 당시 구하라 씨가 직접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 씨에게 이 부분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다.
한편 오빠 구 씨도 이날 "동생은 이 사건 협박으로 많이 힘들어 했고, 1심 판결로 너무 억울해했다"며 "평생 씻지 못할 트라우마를 안고 안타깝게 떠난 동생을 위해 2심에서는 제대로 된 판단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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