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저항능력 없는 피해자에 무차별적 폭행"
법정서 피해자 어머니 오열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친구 사이였던 현직 경찰관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김모 씨가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유족들은 오열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11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8년에 보호 관찰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 뉴스핌DB |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피해자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툼을 벌이고 저항능력을 상실한 피해자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해 살해했다"며 "피를 흘리고 쓰러진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태연하게 몸을 씻고 잠을 자는 행위는 피고인이 주취에 따른 일시적인 기억상실인 블랙아웃 상태임을 감안해도 죄질을 나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폭행했고 피해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상당한 정도의 출혈이 발생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이 있은 직후 안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 피해자의 혈흔을 씻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여자친구 집 쪽으로 가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아침까지 잠을 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피해자의 어떤 저항도 받지 않은 채 안방에서 나올 수 있었던 점을 비춰볼 때 범행 당시 피고인의 공격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머리 부위에 상당한 출혈이 발생했고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은 범행 현장을 나온 이후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피해자 상태 확인하는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고 결국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 결과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반복 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이 계획적 동기로는 보이지 않고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죄책감 느끼고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며 "유족의 절망과 상실감, 피고인에 대한 엄벌 탄원도 양형 이유"라고 했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방청석과 판사를 향해 수차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김씨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자 유족은 "제 아들을 죽였는데 18년이 뭡니까"라며 오열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친구인 경찰관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함께 술을 마시던 도중 말다툼을 했고, 화가 난 김씨가 A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와 A씨는 2018년 A씨가 결혼할 때 김씨가 결혼식 사회를 볼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다. A씨는 김씨가 지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여러 차례 조언도 해줬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뒤 A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고, 김씨는 집에 가겠다고 하는 A씨를 강제로 택시에 태워 집으로 데려갔다.
검찰은 이후 자신의 집에 도착한 김씨가 A씨와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내려치는 등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봤다.
앞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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