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기대했는데…현대그룹 침통
정치적 리스크 줄이기 위해 재계, 평양 방문했지만
북중미 팽팽한 긴장감…글로벌 밸류체인 고민 커져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그나마 연락사무소가 남북 메신저 역할을 했는데…"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긴 한숨을 토해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로 10년 넘게 사업 재개를 손꼽아 기다려 왔던 만큼 아쉬움을 넘어 상당한 우울감마저 내비쳤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을 기약하기 어려운지라 "우리로선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만 짧게 내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북남관계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공개했다.[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쳐] |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때만 해도 남북 경제교류의 적통(嫡統)을 이어온 현대그룹은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2000년 8월 고 정몽헌 회장이 북한과 체결한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에 따르면 협대그룹은 2030년까지 한 내 ▲전력사업 ▲통신사업 ▲철도사업 ▲통천비행장 ▲임진강댐 ▲금강산 수자원 ▲백두산·묘향산·칠보산 및 명승지 관광사업 등 7대 SOC 사업 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을 기점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무한정 연기되면서 현대그룹으로선 속을 끓였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파괴한 16일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2년 전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한 날이란 점에서 더욱 참담한 심정이다.
현대그룹 뿐이 아니다. 남북 관계가 박근혜 정부 시절로 회귀함에 따라, 혹은 더 악화됐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최근 우울한 소식만 마주하는 재계 역시 침울함을 지우지 못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미증유의 글로벌 위기로 국내외 경기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마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판도가 격변하는 시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하루하루 결단을 강요받고 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2018년 9월 19일 평양 옥류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전날 전문가 좌담회에서 "코로나19 책임론 공방으로 다시 미중 갈등이 표출되면서 제2차 무역전쟁이 촉발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또 "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던 지난해 한국 수출은 전년대비 10.3% 감소했다"며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북중미 역학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경영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2018년 정치권을 쫓아 재계 총수들이 북한 평양을 방문했던 것도 기업 경영에 있어 외부적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북한만 바라보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그 동안 남북관계가 계속 굴곡이 있었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차분히 지켜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