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고용지표 등 악화..."금융-실물경제 불균형 확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너진 실물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중심으로 강세장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유동성이 실물 경제로 흡수되지 못하고 대부분 자본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141.05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직후인 지난 3월 말 최저점 1457.64p보다 46%나 오른 수치다. 이날 보합권에서 마감된 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21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도 개인은 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날인 17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4.87포인트(0.23%) 내린 2,133.18에 개장했다. 코스닥 지수는 3.47포인트(0.47%) 내린 731.91에 출발했고 달러/원 환율은 4.8원 오른 1,212.0원에 장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6.17 alwaysame@newspim.com |
이 같은 증시 호황에 대한 주요인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푼 유례없는 자금 투입이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75조원 수준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비롯해 현재까지 350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정부의 추가 부양책을 기대하는 시장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월 17일 예탁금인 37조7408억원보다 8조4872억원 높은 46조 2280억원이다. 3개월 사이 무려 22%나 증가한 셈이다. 지난 15일에는 48조 2067억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3월 폭락 이후 개인이 코스피 내 순매수한 누적 금액은 5월 14일 10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6월 18일 기준으로 11조 2667억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공개한 '4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뚜렷이 나타난다. 통계를 살펴보면 4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018조6000억원으로 지난 3월보다 34조원(1.1%) 늘었다. M2가 30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2는 시중에 공급된 자금 유동성을 나타낼 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약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돈을 퍼부어서 경기를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한국은행도 비전통적 통화 정책을 통해 경제 위축을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두면서 실제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이라며 "이 방향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마찬가지로 그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들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실물 경제는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기 시작한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만 따져보더라도 호황을 맞은 증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0년 4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5%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15.6%) 실적이 반영된 광공업 부문은 생산이 6% 줄면서 2008년 12월(-10.5%)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고용지표도 수개월째 어두운 전망만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전달보다 13만3000명 늘어난 127만 8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9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5월 통계로는 최대치다. 5월 취업자 수도 39만명 이상 감소하는 등 석 달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가 쪼그라든 상황에서 자본시장만 폭주하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또 증시가 실물 경제를 반영하는 상황이 오면 2차 급락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시중의 유동성이 기존의 우량기업과 금융시장 내에만 머무르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코로나19로 업황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들에게까지 자금이 충분히 흘러가지 않고 있다"며 "풍부한 시장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없다면 금융과 실물경제의 불균형 확대와 자산가격의 버블 등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 피해가 서민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현재는 경기 회복에 대한 나름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돼 지수가 많이 회복됐지만 이후 실물 경제 지표가 좋지 않다면 실물과 증시 간 괴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근로 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자산은 증식되면서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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