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DLS·라임 사태 겪으며 시장 신뢰 '상처'
4월 사모펀드 제도개선안 나왔지만 소급적용 안돼
상품 차별화 부담...투자자 관심 감소 등 위축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대규모 펀드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등 파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사모펀드업계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파생결합증권(DLS), 라임 사태에 따른 규제 강화와 맞물려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층 높아지는 모양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옵티머스 펀드 판매 증권사들은 전날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직원들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펀드 자산을 위해 펀드 관련 채권을 발행한 회사들의 계좌 자산에 대한 가압류도 병행할 방침이다.
해당 펀드는 지난 17일 만기가 도래한 384억원에 대해 환매 연장을 요청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을 편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무기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지만 실제로는 대부업체, 부동산 시행사, 건설사 등 소형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 상품 설명서와 무관한 사채를 편입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커진 것이다. 옵티머스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약 5500억 원이다. 연쇄적으로 펀드 환매가 중단될 경우 최대 55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 및 판매사들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먼저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판매사들로부터 펀드 환매 사실을 접수한 것이 17일 저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움직임이었다.
판매사들 역시 사태 해결을 위한 테스크포스(TF) 구성 및 법적대응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판매 금액이 가장 큰 NH투자증권은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펀드 환매 사태에 대응하는 TF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TF는 상품솔루션본부를 주축으로 관련 부서 주요 인력 및 사내 변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환매 중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 응대와 함께 사내 프라이빗뱅커(PB) 보호 및 향후 소송 과정 등을 전담하게 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자사 매출채권펀드에 대해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공공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을 편입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대부업체, 부동산 시행사, 건설사 등 소형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사채 등 상품 설명서와 무관한 사채를 편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
사모펀드업계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결국 사모펀드시장의 신뢰 손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2015년 대규모 규제 완화 이후 시장이 빠르게 커졌지만 내부통제 등 감시장치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익률 경쟁도 함께 심화됐던 게 사실"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형 운용사처럼 안정적인 판매채널을 보유하지 못한 일부 중소형 운용사들이 일부 위법 행위를 감수하더라도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된다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 역시 수탁회사나 사무관리회사가 운용사의 위반행위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행법상 사모펀드 수탁회사는 특례조항을 적용받아 운용상 위법 및 부당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가 없으며, 사무관리회사 또한 운용사가 지시대로 기준가를 산정해 자산 위조와 같은 사안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사모펀드 출신 전직 임원은 "일부 운용사들의 위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판매사들도 사실상 공모 성향을 띈 안정적인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며 "어렵게 완화시킨 규제가 재차 강화되며 상품의 다양성이 위축되고, 투자자들의 관심마저 줄어드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파생된 금융시장 환경 변화로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 문제를 인식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으나,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난항을 거듭하고 기존 판매된 상품에 대한 소급적용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모펀드 시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으로 금융당국이 진입방벽을 높여놨지만 실제 효과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징벌적 과징금 등 처벌 강화와 함께 개인적 책임도 현실화해야만 재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