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중도해지 5조5860억원.."低금리로 재예치 꺼려"
신한·국민銀, 언택트 자산관리·퇴직연금 세미나로 고객 만나
하나銀 원리금 보장 퇴직연금 상품 출시, 모바일로 가입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기준금리가 0%대로 내려오면서 예적금 상품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 이동이 이뤄지는 가운데 은행권은 자산관리 서비스와 퇴직연금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잡기에 적극 나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한달동안 농협, 하나, KB국민, 우리, 신한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중도 해지된 정기예금은 5조5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예금 중도 해지액은 6조6762억원에 이르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규모가 줄어드는 듯 했으나 6월들어 다시 확대된 것이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중도해지 건수 및 금액. 2020.07.13 lovus23@newspim.com |
사실상 은행권에선 고객을 예적금 상품으로 유인할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0%로 조정하면서 예금 금리도 대부분 0%대로 내려오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2개월 단리로 이자지급을 하는 47개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기본금리 1% 이상인 상품은 14개에 불과하다. 5대 시중은행 상품 중엔 전무하다.
언제든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은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 6월말 수시입출식 예금은 791조2000억원으로 전월대비 32조8000억원 늘었다. 정기예금과 달리 일시적으로 자금을 파킹하는 수단으로 증시나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보통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가입자가 많은데 작년에 예금을 든 고객들이 만기가 도래했을 때 다시 예금상품에 재예치하는 비율이 낮아졌다고 들었다"며 "금리가 낮아지다보니 다른 쪽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은퇴한 노령층 고객을 겨냥해 자산관리(WM) 분야를 강화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최근 450명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세미나인 '컨시어지 뱅캉스'를 열었다. 전문가들이 해외주식전망, 부동산 투자전략, 절세 방안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고객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화상 상담으로 구성됐다.
오는 15일에는 연금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퇴근길 온에어'를 처음 개최할 계획이다. 세미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되며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면 전문가로부터 답변을 받아볼 수 있도록 진행한다.
국민은행도 지난 10일 유튜브를 통해 'KB골든라이프 라이브(Live) My연금 세미나'를 실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전문가와 함께 연금·은퇴설계 관련 궁금증을 해결하는 쌍방향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225명이 동시시청했으며 530건의 질문이 접수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22일 세무, 부동산, 주식과 관련된 랜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부 은행은 언택트(비대면) 채널로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하나생명보험과 협업해 개인 퇴직연금(IRP)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내놨다. 매수할 때마다 만기와 적용이율이 다르게 적용되는 기존 상품과 달리 자유적립식 원리금 보장 상품은 최초 매수 시 만기와 이율이 확정한 상품이다. 개인형 IRP 신규 가입 손님과 타 금융기관 계좌이전 손님에 한해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뱅킹 등 채널을 통해 가입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도 은행권에서는 WM 분야 상품 개발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나 ELS 등이 당국의 규제에 막히면서 은행들이 연금과 방카슈랑스 상품에 집중을 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