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정우성이 '강철비2'를 통해 전편과 180도 달라진 변신을 과감히 시도했다. 작품 외적으로 따라붙는 시선들과 평가를 감수하고, 꽤 의미있는 도전을 해냈다는 평가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강철비2 : 정상회담'의 주인공 정우성과 27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17년 전편인 '강철비'에도 출연했던 그는 누가 뭐래도 작품과 양우석 감독에게 믿음을 드러냈다. 어느 순간부터 으레 따라붙기 시작한 '정치적 시선'들을 묵묵히 받아내면서도 의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의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0.07.28 jyyang@newspim.com |
"영화와 관객 사이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개인적으로 작업을 거듭하면서 감독님도, 영화도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영화 속 감정이나 이야기보다는 우리 대한민국, 한반도, 분단, 그 시간 안에서 우리의 불행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죠. 실재하는 문제지만 많이들 외면하기도, 망각하기도, 누군가는 이용하기도 해요. 처음 영화봤을 때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죠. 그래서 약간 눈물이 난 것 같아요."
양우석 감독도, 정우성도 사실은 주변의 오해 섞인 시선이 이제는 익숙할 법 하다. 동시에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었다. 정우성 역시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그에게 "정우성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여러 고민이 들긴 했죠. 가상의 상상력을 입혔는데도 영화가 굉장히 직설적이에요. 냉혹한 국제정세 안에 놓인 한반도의 현실적인 고뇌가 결국은 이 영화가 담으려는 큰 이야기니까요. 관객들은 더 현실적으로 느끼실 거예요. 또 제 3의 시선이 개입될 여지가 다분한 소재이기도 했죠. 그런 시선과 이해관계가 영화가 찾아가는 과정에 얹히게 되면 온전히 즐기기 어렵지 않을까 고민됐어요. 감독님께도 나라는 배우에게 어느 순간 정치적 이미지를 씌워 보시는 분들이 있다, 더 험난한 길을 가게 할 수도 있다고. 감당하실 수 있냐 반문했죠. 그랬더니 저여야 한다는 거예요.(웃음)"
'강철비2'를 촬영하면서 정우성이 가장 집중한 건 놀랍게도 '한숨'이었다. 어떤 대사보다도 한숨이 중요했다. 양 감독도 유일하게 그것만을 주문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평화협정을 향해 가는 과정을 서포트하는 남한의 대통령의 심리를 표현할 때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이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의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0.07.28 jyyang@newspim.com |
"극중 남북평화협정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굉장히 무력함을 느꼈어요. 정말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외롭겠구나 싶었죠. 처음에 원산에서 3자회담을 할 때 너무나 무기력한 기분이 들고, 계속 참을 수밖에 없어요. 이 땅에 살고있는 당사자인데도요.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선 너무도 외롭고 고뇌가 많은 직업 같았죠. 감독님은 전편을 하면서 제 말없을 때의 표정이나 눈빛 연기를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특히 한경재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죠. 인내를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잖아요. 대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바로 한숨이에요. 캐릭터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호흡이 아닐까요."
정우성은 전편에 이어 '강철비2'에서 양 감독이 시도한 '배역 비틀기'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이 설정이 없었다면 출연을 고사했을 거라고. 다행히 그는 양 감독의 '똑똑한 기획'과 무거운 스토리를 풀어낸 재치있는 방식에 만족했다.
"똑똑한 기획인 것만은 사실이죠. 시리즈물은 히어로물이 많고, 국내에선 코미디물 정도예요. 완전히 다른 장르의 시리즈가 캐릭터와 스토리의 연속성 없이 나온 건 처음이죠. 전편에서도, 이번에도 주인공은 한반도예요. 굉장히 신박한 아이디어죠. 코미디의 배치도 굉장히 탁월한데, 극중에 역사적 사실이나 무거운 주제를 전달할 때 끝자락마다 삽입돼 있어요. 특히 통역신이 굉장히 재밌죠. 정치 세계에선 같은 말을 써도 서로의 의미 전달에 혼선이 오기도 하고, 못알아듣고 못알아듣는 척 할 때도 있잖아요. 남북 대화에선 더더욱 그렇죠. 어떤 메시지를 자꾸 보여주면 강요나 강조가 될 수 있는데, 한번 생각하게 하고 웃음으로 풀어낸 게 똑똑한 선택같아요."
영화 속 정우성이 연기한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스스로를 포기하는 선택을 한다. 그 선택에 정우성은 어느 정도로 공감할까. 과연 대의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게 가능할까. 정우성은 그 점을 바로 공직자가 가져야 할 '공심'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강철비2:정상회담'의 배우 정우성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0.07.28 jyyang@newspim.com |
"분명히 어떤 직업군은 공심에 입각해서 살아야 하는 지점이 있어요. 공심을 버리고 사심에 치우치고 본인의 사심이 마치 공심인 것처럼 착각에 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래선 안되잖아요. 한경재는 끊임없이 공심이 무엇인지 지키려고 하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안타깝게도 상황의 진척과 변화를 만들진 못해요. 앞으로 더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하죠. 정치적 결정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거예요. 어떤 행동들의 시발점이 될 수는 있겠죠. 진정한 변화는 국민의 의지로부터 오지 않을까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인데 얼마나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이냐.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죠."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의 오해는 차치하고, 정우성이 연기한 대통령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그는 "어떤 정치적인 상황이나 인물을 참고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다만 그는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과 무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의 메시지를 한번 더 곱씹었다.
"누군가를 카피해서 캐릭터의 정체성으로 삼을 수는 없어요. 하나의 분장이나 의상처럼, 특징으로 잠시 쓸 수는 있겠죠.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고, 그 입장을 생각했어요. 그저 따를 수밖에 없지만 또 물러설 수도 없죠. 모두가 우리의 일이라는 자각을 하는 게 중요해요. 다들 외면하고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거잖아' 하는 태도로 관조한다면 어떤 무장을 하더라도 해결은 요원하죠. 정확한 인식이 어떤 강력한 무장보다도 강력한 힘이 되지 않을까요. 곽도원씨 역 하라고 했으면 안했을 거예요. 굳이 내가 안해도 될 건 포기하게 되죠. 뭔가 새로운 관점의 시도나 도전의 여지가 있다면 비슷한 것도 또 할 수 있단 생각이에요. 대통령을 곽도원이 했다면요? 더 잘했을 수도 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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