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vs 현대百...제주 시내면세점 응찰 검토
팬데믹·中 면세점 육성 정책 등 곳곳 암초 우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면세사업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추가 구역 확보에 이어 제주 시내면세점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쟁쟁한 경쟁사들이 신규 출점에 주춤하는 사이 외형 확장에 거침없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서는 면세사업이 외부 악재에 따른 부침이 심한 탓에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경쟁 입찰에서 성공하더라도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되나...제주면세점 입찰 2파전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달 10일 기획재정부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가 제주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추가 허용함에 따라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실적 추이 [서울=뉴스핌] 2020.08.12 hrgu90@newspim.com |
관세청에 따르면 제주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공고는 8월 마지막주에 나온다. 본래 지난달 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예정보다 늦어졌다. 접수는 올해 말까지 받을 계획이다. 특허심사위원회가 내년 1월 중 열리면 늦어도 2월 중에는 사업자 선정 결과가 나온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응찰할 경우 신세계디에프와의 2파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최근까지 제주 시내면세점 사업에 의지를 내비쳤으며 기투입한 자금도 상당하다. 지난해 제주 시내에 면세점을 세울 부지를 탐색했고 계약금 20억원을 손해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면세사업 후발주자이기는 하나 신세계에게는 위협적이다. 이미 신세계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4기 사업자 1차 입찰 과정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밀려 DF7(패션/기타) 구역을 내어주게 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더 높은 금액의 임대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또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의 추가 구역 확보를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 이미 1차 입찰에서 DF7 운영 사업자로 선정돼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원안대로 총 2개 구역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6일 4기 사업자 재입찰 공고를 냈다. 대기업은 판매품목이 상이한 사업권에 한해 중복낙찰이 허용되므로 화장품·향수 판매 구역인 DF2와 담배·주류 판매 구역인 DF3, DF4 사업권에 응찰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8.12 hrgu90@newspim.com |
◆확장 드라이브 최적 시기일까?...공항점은 임대료·시내점은 하이난성 리스크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외형 확장 의지는 분명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 2월 서울 무역센터점에 이어 동대문에 2호점을 개점했다. 또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4기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임대료 문제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할 때,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홀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면세사업의 '규모의 경제' 특성상 한 번 사업에 뛰어든 이후 외형확장은 필수적이다. 실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호점 출점 영향으로 지난 1분기 무난한 실적을 거뒀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1831억원, 영업손실액은 21.6% 감소한 194억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는 약 20억원가량 줄어든 18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오는 9월 인천공항 DF7 운영 시작 이후로는 고정비 부담이 확대된다. 현재까지의 실적 선방은 경쟁사 대비 공항 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이 적었기 때문이다. 반면 공항 이용객이 지난해의 10% 미만에 불과하므로 서울 시내면세점 대비 매출 플러스 효과는 없다.
이렇듯 공항 면세점 출점은 임대료 부담이라는 리스크가 있다. '톱 3' 면세점의 경우 공항면세점에서 얻는 매출은 전체의 40% 수준이나, 막대한 임대료로 인해 영업이익 기여도는 낮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 상반기 내내 주요 면세점들이 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 줄다리기를 벌인 이유다.
4기 사업자 선정 공고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고정 임대료 수취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심각 수준인 당장은 공사가 수용 가능한 최저 임대료 수준이 30%가량 줄어들고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내지만, 전년 여객수요의 60%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수백억대 임대료를 납부해야 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 임대료 리스크는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다"라며 "세계 톱 2, 3 수준인 면세사업자도 공항 면세점 사업권 유지를 재고하는 상황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확장 의지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따이궁(보따리상) 의존도가 높은 시내면세점은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수다. 최근 중국은 자국 내 최남단에 위치한 섬인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으로 육성 중이다. 내국인 1명당 연간 면세 한도도 기존 3만위안에서 10만위안으로 늘렸다. 이같은 규제 완화는 따이궁의 매출 기여가 약 80%에 달하는 국내 시내면세점들의 고민거리다.
면세업 계열사가 외부 요소에 의해 타격을 받을 때 그 충격은 그룹사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지난 2분기 신세계는 431억원 영업손실 발생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디에프가 37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한 탓이다. 2분기 신세계 시내면세점은 31%, 공항점은 92% 매출이 급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