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생산중단 장기화 우려
정부, 잠재리스크 정보·공급망 스트레스 테스트 등 제공해야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더 값 싼 노동력을 무기로 제조업 생산기지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또 다시 세계 생산지도가 바뀔 전망이다. 이른바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재편될 조짐이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GVC 재편에 대응해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뿐 아니라, 나아가 4차 산업기술을 활용한 위기 관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료=한국은행] |
한국은행이 24일 'BOK 이슈노트'를 통해 "GVC가 코로나19 충격을 증폭·확산시키는 기제로 작용함으로써 생산단계가 여러 국가에 분산된 GVC의 위기 취약성이 드러났다"며 " GVC의 위기 대응력 제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향후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GVC란, 생산단계를 여러 국가에 분산한 국가간 분업 생산체계를 의미한다. 1990년대 후반 중국 등 신흥국 위주로 GVC가 구축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GVC 참여가 약화되는 추세다. 특히 컴퓨터·전자제품 제조업의 수출집약도는 2000~2007년중 13.0%p 증가했으나 2007~17년중 12.4%p 감소했다. 자동차 제조업의 수출집약도도 8.9%p 증가했다 7.9%p 감소로 돌아섰다.
최근 코로나19로 공급망 변화에 따른 교역 축소는 가속화되는 추세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생산이 동시에 중단된 후 점차 회복됐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EU, 북미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생산중단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코로나 이후 GVC 변화를 ▲공급망 다각화, 기업의 본국회귀 및 GVC 지역화 ▲신기술 도입을 통한 GVC 위기 대응력 제고 ▲기업간 협력을 통한 리스크 축소 및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 등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주요 수출품의 생산시스템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GVC 리스크 축소 노력과 함께 구조 변화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최문정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과장은 "핵심 소재·부품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국산화를 위한 R&D 지원 등을 통해 국내 공급망 확보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본국으로 회귀한다는 측면에선 교역 규모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생산처를) 다른 국가로 이동할 경우 공급망 다변화가 교역이 반드시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GVC 전·후방 참여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무게를 옮겨가는 전략이 제시됐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이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글로벌 공급망의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필수·전략부문의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