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육탄전' 감찰…대구고검 전보 직후 사표
"내가 당해서 싫은 일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 것" 당부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정진기(52·사법연수원 27기) 서울고등검찰청 감찰부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조용히 떠나려 했지만 몇 자 적어 올린다"며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고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 감찰부장은 한동훈(47·27기) 검사장과 '검사 육탄전' 논란에 휘말린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감찰한 인물이다. 한 검사장은 '채널A 강요미수' 사건 관련 당초 검언유착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감찰부장은 지난 27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발표된 뒤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아직 사표 수리는 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
정 감찰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전하는 글을 올리며 "검찰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홀로 벗어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죄송할 따름이다"고 적었다.
그는 '모든 현상의 실상을 정확히 봐야 바른 견해가 나온다'는 옛 경전을 언급하며 "어떠한 사안이라도 치밀한 증거 수집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 후 올바른 법리를 적용해 사안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고, 피해를 입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자의 '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시제기이불원 역물시어인·내가 원치 않는 일을 당하기 싫거든 다른 사람에게 원치 않은 일을 가하지 말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여기면서 내가 당해서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직분에 충실하면서 올바른 실체 판단에 따라 법을 적용하고,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이 여기는 마음으로 사건 관계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신뢰받는 검찰상이 구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정 부장은 전남 담양 출신으로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울산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강력부장, 수원지검 형사4부장,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 등 형사·공판부를 두루 거쳤다.
그는 특히 2012년 화력발전소 입찰·납품 비리 사건, 2013년 한화그룹과 현대가 2·3세의 마약 복용 사건 등 직접 수사에서 성과를 냈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 때는 유사수신 사건 재판 도중 기록을 재검토해 추가 기소를 끌어내기도 했다.
앞서 서울고검은 정 부장검사가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 독직 폭행' 사건을 정식 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부장검사의 비협조로 감찰은 물론 수사에도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정 감찰부장을 비롯해 이번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의 검찰 중간간부·평감사 인사 영향으로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인사 전에는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선욱(50·27기)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 7명이 의원면직됐다.
인사 후에는 정순신(54·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박길배(51·29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 등이 사직서를 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