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소액 청약자 우대 및 추첨제 배정 검토
"공모주 시장 위축될수도...추첨제 투명성도 문제"
증권사, 시스템 변경 비용도 만만치 않아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금융당국이 개인 소액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공모주 청약 제도 손질에 나선다고 하자, 증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존 고객 등급과 증거금 규모에 따라 주식을 차등 배당했던 공모주 청약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하는데다, 공모주 시장이 자칫 쪼그라 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해 소액 청약자를 우대하고, 추첨체와 복수 계좌 청약을 금지하는 등의 개선 대책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현행 공모주 제도의 개인투자자 간 배정방식이 고액자산가일수록 유리한 구조여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데 따른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27 kilroy023@newspim.com |
금융위는 크게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 20% 중 절반 정도에 소액 청약자 우대, 추첨제 배정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모주 청약은 높은 증거금을 낼수록 많은 주식을 배당받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했는데, 이제는 청약 기회를 일반 개미들에게도 나눠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공모주 제도 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모주 청약 참여로 모두가 높은 수익을 내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어급 기업공개(IPO)의 경우 청약자가 몰리며 '대박'이 날수도 있지만 비인기 다른 IPO기업들은 청약 미달 등으로 급락하기도 한다. 자칫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가 '쪽박'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소액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추첨을 했을때 개인이 포기하면 미달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관사인 증권사에 부담이 된다. 또 투자자들의 증거금이 많이 몰릴수록 증권사에선 이자수익이 커져 유리한데 소액 청약자 우대나, 추첨제가 도입될 경우 불리해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자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투자자로 공모주 역시 금융상품이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인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이런 개념을 혼동하기 시작하면 자본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공모주 청약 제도 변화는 기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증권사들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모주 청약제도를 손질할 경우 증권사의 기존 고객등급 기준과 공모주 주식 배당 시스템을 모두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 자체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추첨이나 소액우선 배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부가장치 연구도 필요하다"며 "아파트 분양 추첨의 경우 주거로서의 공공개념이 있다지만 기업의 주식이 과연 그런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갖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공모주 청약자들 사이에서도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등의 인지도 높은 기업이 아니고선 공모주 투자가 항상 큰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공모주 한 청약자는 "최근 주가 수익률이 시중은행 이자율보다 높지만 공모주 청약에 쏟아붓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그리 큰 수익은 아니다"며 "2~3개월 간 일정 수준의 거래대금 등 조건을 맞춰 높은 증권사 고객 등급을 얻기 위한 작업이 쉬운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모주 청약자는 "무작정 코스닥 IPO에 뛰어들어 증거금 1~2억원을 모아 몇달에 걸쳐 증권사 고객 등급도 높였는데, 주식 몇십개를 배당받아 상장 후 2주 동안 15만원 가량 수익을 냈는데 잘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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