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4일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 까지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중단키로 합의했다. 이 문제는 정부·국회·의료계 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정책을 재논의하고 논의 중에는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파업을 시작한 지 14일 만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엄중한 현실에 비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불씨는 남아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 의료계 7개 단체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책 철회와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요구하는 합의안을 주문했지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이 내용이 담기지 않은 합의안에 서명했다"며 합의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잘못된 정책들이 철회될 때까지 총파업까지 불사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의료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의들도 "졸속 행정도, 졸속 합의도 모두 반대"라며 합의안에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집단휴진이나 7일로 예고된 제3차 전국의사총파업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당장 파업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노동계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번 합의안은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포기', '밀실 야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지만, 향후 구성될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으면 된다.
합의안에 서명한 최대집 회장은 "더 이상의 집단행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진료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또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면 따라야 한다"고 의료진들의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파업의 핵심 쟁점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키로 합의한 만큼 이제는 파업을 중단하고 진료 현장에 복귀하는 게 옳다.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의사단체 파업에 대한 공감도 조사에서 '비공감' 응답이 절반을 넘는 55.2%에 달했다. 반면 파업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38.6%에 불과하다. 합의안이 마련된 이상 파업을 계속할 명분은 약해졌고, 국민들의 공감 정도는 더 낮아졌을 게 분명하다.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의료진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새겼으면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방역 현장은 여전히 심각하고,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정부가 오는 6일 종료되는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연장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수도권에 적용되는 '2.5단계'는 오는 13일까지 1주일 연장하고 나머지 지역은 2단계 적용 기간을 오는 20일까지 2주간 각각 연장했다. 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가 이틀째 100명대에 머물렀지만, 두 자리수가 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공의들과 파업에 동조하는 의료진들은 민주당과 의사협회의 합의 정신과 합의 내용을 믿고 이제는 방역 및 진료 현장에 복귀하기 바란다.
정부와 민주당도 의료계가 반발하는 내용을 진정성있게 검토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인명을 다루는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은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파업에 나선 의료계와 상당수 국민들은 코로나19의 위중한 상황에서 공공의대 신설 및 의사정원 확대를 서두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크다. 공공의대 입학에 '시·도지사의 추천'이나 '시민단체의 추천' 조항이 '현대판 음서제'로 불거지면서 불신을 키웠고, 의료계 파업을 촉발했다. 정부의 말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국민들과 의료계에 대한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전북 남원에서는 벌써 공공의대 부지에 대한 토지보상이 끝났다거나, 전남 순천 등지의 전남권 의대 설립 확정 소식도 마찬가지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고, 외밭을 지날 때는 신발끈을 동이지 말라'는 속담은 오해와 불신을 살 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특히 여야가 의료계 파업의 핵심 쟁점과 정책 대안을 심의하는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이상 공정하고, 타당성 있는 의료인력 양성 계획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