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추경, 예상보다 적어...문제는 살만큼 샀다"
내년 발행물량·뉴딜펀드+성장률 물가도 비우호적
[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윤곽을 드러내자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국채 추가 발행량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적고,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측면에서는 시장에 우호적이다. 그렇지만 올해 채권시장에서 이미 살만한 기관은 충분히 샀다는 분석과 연말과 내년 이후까지 공급물량 부담이 지속될 거라는 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7일 정치권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전날 7조원 중반대 규모의 4차 추경 편성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합의했다.
당초 채권시장에서는 4차 추경안 규모를 10조원 이상으로 생각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했던 2차 추경 규모가 12조20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7조원대 중반 규모의 국채 추가 발행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논리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8월까지 국채 발행 규모가 120조원으로 월 평균 15조원"이라며 "추경으로 인한 증가분을 감안하더라도 연내 월평균 발행액은 12조~13조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채 발행 계획은 130조원 정도였다. 하지만 3차례의 추경으로 인해 각각 10조3000억원, 3조6000억원, 22조9000원 등 총 37조8000억원이 더해져 약 168조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4차 추경으로 올해 국채 발행액은 175조원 가량이 되는 셈이다.
[자료=ktb투자증권] 2020.09.07 hyung13@newspim.com |
이날 오후 12시35분 현재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말에 비해 3bp(1bp=0.01%포인트) 오른 1.554%를 기록했다. 개장 직후 1.580%까지 뛰어올랐다 상승폭이 좁혀지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국채를 살 만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지금까지 충분히 사왔기 때문에 발행 물량을 추가로 소화하기 버거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기관에서는 조기 북클로징(Book Closing, 장부마감)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동안 충분한 물량을 사왔다"며 "살만한 기관투자자가 없어 연말로 갈수록 수급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4차 추경 외에도 확 늘어난 내년 예산안 중 국채발행 규모, 향후 4년간 20조원의 뉴딜펀드 등이 채권시장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채발행규모가 173조원에 이른다"면서 "향후 4년간 진행될 20조원의 뉴딜펀드는 금융지주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국채 수요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기저효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률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펀드매니저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과 금리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며 "외국인의 국채선물 포지션,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 등이 변수지만 수급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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