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기계, 대일 수입 77% 늘어
품질 민감한 반도체…장비 대체 어려워
[세종=뉴스핌] 김은빈 기자 =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올해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일 수입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반도체 디바이스나 전자 집적회로 제조용 기계'(HSK 코드 848620)는 17억3554만달러(약 2조61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2%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프로세서와 컨트롤러'(854231)는 11억4634만달러(약 1조3614억원)로 같은 기간 8.6% 증가했다. '감광성 반도체 디바이스'(854140)는 3.7% 증가한 5억5919만달러(약 6641억원)였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kebjun@newspim.com |
일본산 반도체 장비 수입이 늘어난 배경에는 관련 기업들의 선제 투자가 있다. 지난해에는 단가 하락으로 반도체 설비 투자가 위축됐지만, 올해는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선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에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연내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이에 반도체 장비도 대일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선뜻 장비 공급처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력이 검증된 업체의 장비를 바꿀 경우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품질에 민감해 기술력이 검증된 기존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로 바꾼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율이 나오기까지 길면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수율은 생산품 중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다. 높은 수율은 생산원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기에 기업들은 수율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비가 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검증된 기술력의 기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반도체 장비는 각 제조 공정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공급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업체의 경우 노광 장비는 니콘이나 캐논, 증착 장비는 도쿄 일렉트론이 유명하다.
현재 정부는 소부장 대책 2.0을 마련해, 향후 5년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모델을 100개 이상 만들고, 기술 상용화를 위한 평가·검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등 자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공급처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김경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반도체는 어느 정도 수율이 확보돼야 양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비)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입증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반도체 장비)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공급처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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