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6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사
법원공무원 승진제도·법관에 대한 외부 비판 등 언급하며 격려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제6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상고제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사법의 본질은 재판에 있으므로 사법부의 사명은 근본적으로 '좋은 재판'을 하는 데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김명수 대법원장. 2020.07.16 photo@newspim.com |
김 대법원장은 "폭증하는 상고사건 속에서 상고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상고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돼 왔다"며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미뤄 둘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법원 설치와 관련해서는 "노동, 해사 등 전문적 심리가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의 특수성과 사건 수, 전문지식의 정도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전문법원 설치 필요성과 우선순위, 관할사건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형사전자소송은 형사기록의 전자사본화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등 법원이 선제적으로 도입을 준비해 왔다"며 "형사재판에 전자소송이 도입되면 재판절차가 보다 투명해지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부의 노력이 비단 현재에 머물 수만은 없다"며 "올해 사법부가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과 미래등기시스템 구축작업에 착수한 것도 미래의 좋은 재판을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공무원 승진제도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좋은 재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함께 법원공무원 인사제도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시험 중심의 승진제도는 특정시기에 업무역량이 재판에 온전히 집중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춘 실질적 평정 도입을 전제로 시험에 의한 승진을 폐지하고 좋은 재판을 위해 성심을 다한 사람이 높이 평가받는 구조로 인사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법원공무원 인사제도 개선 분과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법원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라며 "변호사에 의한 법관평가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그 맥락이 다르지 않다. 당장은 낯설지 모르지만 두려워말고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잇따른 법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관련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의가 무엇인지 선언할 수 있는 용기와 사명감이야말로 지금껏 사법부를 지탱해 온 버팀목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근거 없는 비난이나 공격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재판에 더욱 집중해 재판을 통해 사회 핵심가치가 수호되고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그는 아울러 "법원 재판 업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지장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주어진 기술과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국민 기본권 보장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brlee19@newspim.com